과학의 날, 우울한 과학기술인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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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제42회 과학의 날이다.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의 자립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1967년 당시 과학기술처가 문을 연 것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뒤 1968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열리고 있다. 과학의 날을 맞아 기념식 등 각종 행사가 많다. 언론에서도 이들 행사에 대한 보도는 물론 과학기술 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획기사를 쏟아냈다. 과학의 날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로 어려운 지금이 오히려 과학기술에 투자할 시기”라며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매년 10% 이상 늘려 2012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해 한국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수준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연구활동과 먼 거리에 있다 과학의 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훈장 30명을 포함해 모두 80명에 대한 포상이 이뤄졌다는 기사도 있다.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때 연구개발비부터 줄이고 연구원부터 감원하기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실제로 IMF 구제금융 당시 연구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구원 수를 줄인 뒤에, 나중에 가서는 부작용이 있었다. 국내 경제가 정상화 되고 난 다음에는 연구의 연속성이 단절됐다. 또 경력있는 연구원들이 나간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신규 연구원을 대량 충원했지만 허리 역할을 해주는 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연구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원을 떠난 경력직 연구원들은 그들대로 퇴직금을 가지고 회사 창업이나 벤처투자부터 식당 운영까지 다양한 일들을 했는데, 개인적인 성공이나 실패를 떠나 연구 활동과는 거리가 먼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을 기준으로 국가 총연구개발비 세계 7위, 경제활동인구당 상근연구원 수 세계 8위,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수 세계 12위, 그리고 미국 특허등록건수 세계 4위에 위치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가 발표하는 경쟁력 평가에서는, 과학 분야에서 한국이 2001년에는 14위였는데 2008년에는 5위로 올라섰다. 기술 분야에서도 21위이던 것이 14위로 뛰어올랐다.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헌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헌법 제127조 2항에서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 또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생명·건강·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헌법 이외에도 과학기술의 발달을 위해 많은 관련 법률들이 제정됐다. 과학기술기본법, 기술개발촉진법, 기술이전촉진법, 기초과학연구진흥법, 나노기술개발촉진법, 방사선 및 방사선동위원소이용진흥법, 생명공학육성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 우주개발진흥법, 원자력법, 협동연구개발촉진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관성 없는 법과 정책 따를 수 있을까? 반면 과학기술 연구는 사회에 미치는 위험성가 크기 때문에 근거 법률을 통해 제한될 수 있다. 법률로 규제하는 경우, 기존의 법률의 적용범위를 첨단 과학기술 분야까지 넓히는 방법도 있고,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생명공학육성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원자력법, 원자력손해배상법 등이 과학기술의 규제를 위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2조에서는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2항에서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과학기술자의 특별보호를 명시한 것은 과학기술의 자유롭고 창조적인 연구개발을 촉진해 이론과 실제의 양면에 있어서 그 연구와 성과를 보호함으로써 문화 창달을 제고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발명진흥법, 특허법 등이 마련돼 있다. 이와 같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각종 법·제도는 과학기술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특히 법적 안정성 유지와 예측가능성 확보라는 법의 기능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과 이에 근거해 집행되는 정책은 되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법과 정책에 권위를 인정하고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날을 맞이해 과학기술계와 관련된 고무적인 소식의 한편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구조조정에 관한 소식이 있다. 향후 출연연 간 통폐합과 민영화를 포함한 대대적인 연구기관 구조 변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연연의 통폐합이 추진됐다가 실패한 이후 출연연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구조 조정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는 이 일로 한동안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필요한 개혁이라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뚜렷한 명분도 없이 출연연을 한번 흔들고 지나가는 형국이 돼서는 안 된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을 납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명쾌하게 이해가 안 되면 움직이려하지 않는 것이 과학기술인의 특징이다. 적어도 3자인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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