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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겸손한 건물’ 만들기

0000년 00월 00일 00:00
“도대체 페터 춤토르 씨가 누구야?”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12일 선정된 이 스위스 건축가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건축에 관심을 가진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론 건축계 안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건축가”다. 춤토르 씨는 알프스의 작은 마을 홀덴슈타인에서 활동하는 65세의 노장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이엇재단의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는 선정 이유로 “유행에 따르지 않고 건축의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14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춤토르 스튜디오의 스태프 건축가 미셸 올리비아 씨는 “뜻밖의 수상 소식에 직원들 모두가 벼락을 맞은 듯 분주해졌다”고 말했다. 춤토르 스튜디오가 e메일로 보내온 대표작 3점을 통해 그 건축관을 들여다봤다. ○ 독일 아이플 ‘브러더 클라우스 교회’(2007년) 독일 와센도르프 평원 한가운데 고적하게 서 있는 이 연회색 콘크리트 건물은 춤토르 씨의 건축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20명 안팎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춤토르 씨는 대부분 ‘작은 건물’ 만들기에 집중한다. 한 도시 또는 국가의 대규모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 경쟁하는 유명 건축가들과는 대조적이다. 춤토르 씨는 작품을 설명한 e메일에서 “창문틀과 난간 마무리 등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살핀다”며 “건축주의 취지에 공감할 수 없는 작업은 절대 맡지 않는다”고 했다. 스위스의 성인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이 교회의 건축주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평범한 농부인 시드베일레 씨 부부다. 이들 부부는 친구의 도움을 얻어 교회 시공을 직접 맡았다. 춤토르 씨는 112개의 길쭉한 원통형 목재를 빙 둘러 박아 세운 다음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붓게 했다. 콘크리트가 굳은 다음 나무 거푸집을 3주 동안 불로 태워 없앤 벽에는 거무스름한 옹이와 껍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갈대로 마감한 바닥 위에 길게 자랐던 나무들이 콘크리트 껍질만 남겨 놓고 사라진 듯한 공간이다. ○ 스위스 그라우뷘덴 ‘발스 온천’(1996년) 유럽 젊은이들이 배낭여행 중 들르는 쉼터로 유명하다. 해마다 이 온천을 즐기러 4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발스를 찾는다. 춤토르 씨는 온천 수맥을 따라 건축 구조물을 ‘감추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마을 바로 아래 채석장에서 얻은 편마암으로 표면을 마감한 콘크리트 내력벽이 물을 감싼 듯한 모양새로 앉아 있다. 온천의 주인공은 건축물이 아니라 온천수임을 보여주는 겸손한 구조물. 바위 동굴 속 더운 물에 들어간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 독일 콜로네 ‘콜럼바 미술관’(2007년) 로마네스크 양식의 조각품과 중세 때의 그림들, 현대의 미술품이 망라된 미술관 컬렉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다. 춤토르 씨는 “세월을 품고 살아 숨쉬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주어진 용지에 새겨진 자취를 그대로 끌어안은 건축물을 설계했다. 저층부의 낡은 구조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부서진 성 콜럼바 교회가 남긴 것이다. 안팎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옛 건물의 흔적은 이 땅이 겪은 세월을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여준다. 장식을 절제한 콘크리트 벽체는 역사 위에 전시품을 올려놓은 최소한의 지지대일 뿐이다. 미술관의 본질은 건축적 외관이 아니라 내부의 전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건물이다. 손택균 동아일보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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