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四時事] 아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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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연인’이다. 좋아하는 건 풀, 꽃, 나무. 싫어하는 건 L글로사민나트륨, 식용색소4호, 산도조절제, 유화제 등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에 없어서는 안되는 성분이지만 아내는 마치 독극물(?) 보듯 한다. 그래서 아내는 100% 유기농만 사먹고 빵, 과자도 직접 구워준다. 자연 우리집은 소득대비 엥겔지수가 높다. 그런 아내가 콘크리트 아파트가 싫다고 앞마당이 있는 한적한 농가로 이사를 가자고한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성냥갑에 갇혀 썩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기서 닭도 키우고 채소도 기르고…. ‘아내 이기는 남편 없다(?)’고 했다. 우리는 경기도 버블세븐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아니, 조금 많이 떨어진 곳에 농가를 하나 구입했다. 아내는 마당 한쪽에서 상추, 쑥갓, 아욱 등 채소를 키우고 닭도 길렀다. 하루종일 강아지와 뛰어노는 아들보다 그걸 지켜보는 아내가 더 신났다. 마당에서 기른 채소와 닭장에서 꺼낸 유정란이 매일 밥상에 올라왔다. 엥겔지수는 자연히 떨어졌다. 새삼 이런 게 행복이구나!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출퇴근은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나 하나 고생하면 그만이다. 다소 먼 거리지만 조금 부지런 떨면 문제될 게 없다. 운전중에 회화 테이프를 듣다보면 영어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집 주위에 학원이 없으니 아들놈도 혼자 공부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가끔 아내가 도와준다. 고액 학원이 넘보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자기주도학습. 사실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 아내의 행복이 점점 무르익으려 할 때…, 엥? 꿈이었다구? 무슨 스토리가 이렇게 황당하게 끝나냐고? ㅠ,.ㅜ 사실 위 만화는 몇 년 전, 실제 있었던 아내의 꿈을 표현해 본 것이다. 이번 과학사시사 마감이 닥쳐 얼떨결에 재탕하고 있는 게 이런 걸 전문 용어로 ‘땜방’이라고 한다. ^^;; 하지만 당시 아내의 꿈은 성사 일보직전이었다. 부지런히 집을 보러 다녔고 괜찮은 농가 몇 군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던 와중에 동아사이언스에 입사하면서 정신없이 어린이과학동아를 창간하느라 아내의 꿈이 차일피일 미뤄졌을 뿐이다. 아뿔사! 그런데 세상이 가만있지 않는다. 당시 경유값은 리터당 9백원대. 출퇴근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2천원대. 앞으로 원유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말로만 듣던 자원 고갈 그리고 에너지 위기. 이제 아내의 꿈은 실현불가능한 것이니 제발 ‘꿈 깨’라고 말해줘야 할까? 아니면 아직 한 가닥 희망이라도 남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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