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간단히 ‘판막성형’ 때 놓치면 인공판막 교체

2006.08.14 09:33
박표원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장이 심장판막증 환자인 김상진 씨에게 심장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10일 만난 직장인 김상진(가명·50·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씨는 일주일 전 심장판막을 복원하는 수술을 받고 퇴원하는 길이었다. 김 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3월 초 서울 관악산에 올랐을 때. 평소에는 대여섯 시간 동안 산을 타도 멀쩡했는데 이날은 초반부터 숨이 찼고, 한 시간쯤 지나자 숨이 턱턱 막혀 산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김 씨는 동네 병원을 찾아 X선 촬영을 했다. 이 병원 의사는 “심장이 부었으니 대학병원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심장초음파검사를 통해 심장판막증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권유했다. 정확한 병명은 ‘승모판막 폐쇄부전’. 심장의 펌프질에 따라 닫혔다 열렸다 해야 하는 판막이 잘 닫히지 않는 병이다. 계단이나 산을 오를 때 말고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었던 김 씨는 “생활에 불편함이 별로 없는데 수술을 받아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박표원 심장혈관센터장은 김 씨에게 심장을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여 줬다. “여기 심장이 보이죠? 가운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왼쪽이 오른쪽보다 1.5배는 되죠? 심장이 부은 겁니다.” 그는 심장의 기능과 판막의 역할에 대해 더 설명했다. “온몸을 돌아 산소를 다 쓰고 난 정맥피는 심장 왼쪽으로 들어와 폐로 가서 새로운 산소를 공급받아 동맥피가 된 뒤 심장 왼쪽으로 들어와 온몸으로 퍼져 나갑니다. 왼쪽 심방과 심실 사이에 승모판이라는 판막이 있어 피가 늘 심방에서 심실로만 흐르도록 조절합니다. 이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심실에서 심방으로 피가 거꾸로 흐르게 되고 이 때문에 심장이 붓게 됩니다.” “그런데 왜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죠?”(김 씨) “그게 문제예요. 심장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정도가 약하게는 1에서 심하게는 10까지라고 볼 때 환자분은 벌써 8, 9 상태예요. 그런데도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병을 키웁니다.”(박 센터장) 김 씨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했다. 박 센터장은 “이를 방치한 환자 가운데 1∼2%는 돌연사를 하거나 부정맥이 생겨 혈전으로 인해 뇌혈관이 막히면 중풍에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은 맥박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증상이다. 맥박이 불규칙하면 혈액 흐름이 일정하지 않아 혈구가 터지고 그 찌꺼기(혈전)가 혈관을 돌아다녀 혈액 흐름이 더욱 방해받게 된다. 그는 김 씨에게 쇠로 된 막이 달려 있는 열쇠고리 모양의 물체를 보여 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거 보이시죠? 인공판막입니다. 부정맥이 만성화되거나 판막이 딱딱해지면 이 인공판막을 넣어야 합니다. 몸에 쇠가 들어가면 평생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먹어야 합니다.”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수술을 하면 판막의 일부를 떼어 내 천으로 이어 주는 ‘성형’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수술 후 초기 3개월만 항응고제를 먹으면 평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 씨는 수술 날짜를 4월 28일로 잡았다. 하지만 회사 출장 때문에 도저히 수술을 할 수 없었던 김 씨는 수술 날짜를 이달로 미뤘다. ‘설마 3개월 정도 미룬다고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겠지’라는 게 김 씨의 생각이었다. 김 씨는 입원일에 수술 전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운동부하검사를 받았다. 박 센터장은 “부정맥이 생겼고 3월 검사했을 때보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정도가 심해졌으며 오른쪽 심장마저 부었다”고 진단했다. 김 씨는 다행히 부정맥이 일상화되기 전이어서 늘어진 판막의 일부만 떼어 내는 성형수술을 했다. [소재시작]■전문가 진단[소재끝] 판막 질환은 심장 수술의 원인 가운데 약 25%를 차지할 만큼 흔하다. 초음파검사만으로 증상의 경중, 수술 방법, 수술 뒤 예후까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류머티스성 판막질환이 많았지만 요즘 들어 나이가 들면서 걸리는 승모판막 폐쇄부전이나 대동맥 판막 협착이 크게 늘고 있다. 김 씨가 걸린 승모판막 폐쇄부전은 수명이 늘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며 주로 40∼80대 남성에게 나타난다. 피의 역류가 심하지 않으면 수년∼10년간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증세가 심해지면 운동할 때 호흡곤란을 느끼고 팔다리가 붓거나 배에 물이 차기도 한다. 가끔 부정맥이 나타나면서 뇌경색, 즉 중풍이 오거나 돌연사하는 경우도 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이 심내막염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심내막염은 말 그대로 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판막증 환자가 심한 목감기에 걸리거나 치과 치료를 받거나 침을 맞을 경우 생기기 쉽다. 심내막염에 걸리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벌어진다. 간단한 수술을 통해 판막을 정상 상태로 만들어주는 ‘판막 성형’을 못 하고 판막 자체를 아예 교체하는 인공판막 삽입술을 해야 한다. 이 시술을 받은 사람은 평생 동안 한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에서 항응고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항응고제는 기형아 출산을 유발할 수 있다. 판막증 환자는 감기에 걸리거나 치과 치료를 받으면 반드시 항생제를 먹는 게 좋다. 박표원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심장혈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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