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업그레이드하라

2008.03.31 09:13
사람이 겪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온다. 사람은 누구도 관계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신과에 상담하러 오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나는 왜 이렇죠” 등 ‘관계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특히 남녀관계와 가족관계에서 가장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진단과 처방을 소개한다. 내가 없어 아쉬운 건 상대방 회사원 최모(34) 씨는 1년 동안 사귀던 남자 친구로부터 “끝내자”라는 문자메시지로 이별을 통고받았다. 최 씨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뭘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고 눈물만 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 씨의 남자 친구는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그녀와는 그냥 안 맞을 뿐이다. 점점 더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남녀관계는 교환되는 감정의 강도가 크다. ‘관계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이별로 인한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관계중독은 내 주위에 관련된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떤 사람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혼자일 때 느끼는 우울함, 소외감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관계 자체에만 얽매이는 중독이 생긴다. 이런 사람의 성격을 보면 부당한 요청을 받더라도 관계가 끊어질까봐 두려워 거절하지 못한다. 또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상대적으로 타인의 이미지는 높게 평가하는 것도 특징이다. 자신을 비하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계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싫다’ ‘좋다’는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싫다는 표현이 당장은 부담스럽지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것보다 미리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해서도 좋다. 또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내가 냉정하게 대해도 그는 나를 찾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는 데 돌려서 사용한다. 갈등의 화살받이 자처 말아야 직장인 박동을(39) 씨는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여서 힘들다. 맞벌이하는 아내는 직장 스트레스와 6세 된 딸을 키우느라 주중 내내 힘들어한다. 혼자 사는 노모는 주말에 박 씨 가족이 찾아와 함께 보내주기를 바란다. 노모는 박 씨가 아내 이야기만 듣고 자신을 소홀히 한다고 불평하고, 아내는 고생하는 자신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한다. 박 씨는 아내가 시어머니에 대해 불평을 하면 “그 정도는 며느리가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왔다. 그러면 아내는 “내 편이 돼 주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가족은 사랑으로 이루어지고 사랑을 배우고 만들어가는 심리적 공간이다. 대인관계 갈등의 많은 부분이 가족관계에 있다. 특히 아내-남편-시어머니, 자녀-엄마-아빠 관계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아 중간에 끼여 있는 사람은 힘들 수밖에 없다. 가령 고부 사이에 남편은 ‘갈등의 화살받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은 아내와 시어머니 관계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갈등은 더욱 증폭될 뿐이다. 이때는 삼각관계에서 빠져 나와 아내와 어머니에게 각각 일대일 관계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에게는 동반자로서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고, 어머니에게는 부모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태도로 대하는 기본 원칙을 지킨다. 이는 다른 가족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어머니도 아들에게 며느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삼각관계를 만들기보다는 며느리와 일대일 관계에서 해결한다. 이것이 일대일 관계의 중요한 원칙이다. 일대일 관계에서는 어머니와 아내 사이의 숨겨진 갈등이 드러나고 직접 대화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또 아내와 어머니 모두 서로에 대해 좀 더 책임 있는 결정과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도움말=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박재선 남송M정신과 원장) “직장-고부갈등도 정신과 도움 필요” 조수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우리나라 국민의 30%는 평생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에 걸립니다. 그러나 치료나 상담을 받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합니다.” 4월 4일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조수철(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사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28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정신질환자들이 몰래 치료를 받거나 아예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신건강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정신질환자라고 일단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힘들기 때문에 정신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좀 더 일찍 주변에 알리고 치료를 받았으면 나아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직장스트레스, 고부 갈등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문제들도 정신과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방치하면 개인적 불행뿐 아니라 사회적 손실도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의사들이 나서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기념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희망콘서트’에서는 시각장애를 극복한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윤도현, 성시경 씨 등이 출연한다. 조 이사장은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공익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2-537-6171, www.kn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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