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선도하는 과학자

2008.03.19 10:48
“얼굴에는 스킨과 로션, 머리엔 샴푸, 딱 그것만 알았어요.” 코리아나화장품연구소에 근무하는 김성래(41) 연구2팀장은 “저도 남자라 화장품에 아는 게 없었다”며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지식을 배워가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했다. 현재 김 팀장은 원료의 적절한 조합을 찾아 인체에 안정하고 미백이나 주름제거, 자외선 차단 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생화학․약학․색채․포장재료․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눈다. 화장품은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기반으로 탄생한 복합과학이기 때문이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다 키가 180cm가 넘는 그는 초등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하며 프로선수를 꿈꿨다. 그런데 부모님이 “이공계를 나와야 미래가 유망하다”고 권고해 과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김 팀장은 “당시 과학기술은 ‘나라님도 해결 못 한다’는 빈곤을 없앨 유일한 대안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울산에 위치한 페인트 회사에 첫 취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근무 지역이 가족이 사는 서울과 멀리 떨어져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며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코리아나화장품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장품도 페인트처럼 바탕 색상을 가리고 표면에 고르게 퍼져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에요. 다만 화학물질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면서 피부를 밝고 투명하게 만드는 게 다르죠. 화장품에 쓰이는 이산화티탄은 보습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이 쓰면 피부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김 팀장이 새 직장에 뿌리내리게 된 것은 화장품이 옷이나 헤어스타일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제품이란 점이다. 그는 “화장품은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보나 인적 교류가 활발한 곳에 화장품 회사가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최신의 과학기술이나 패션을 접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커다란 자부심을 안겨줬다. “화장품에선 1 더하기 1은 2라는 진리가 통용되지 않아요. 건성․지성․민감성 같이 다양한 피부 조건에 맞게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소비자마다 만족하는 정도는 다르죠.” 피부주름에 대한 제거효과가 높더라도 소비자는 피부감촉이 좋은 제품을 선호할 수 있다. 화장품 연구가 아내와의 연애에 도움 김 팀장은 “화장품은 과학인 것 같지만 감성이 작용할 때가 많다”며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예민함이 더해져야 ‘진정한’ 화장품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샴푸를 개발한 그는 자신의 머리를 손수 감아보며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여성들이 그 샴푸를 사용하자 머리카락이 마구 엉켰다. 김 팀장이 사용했을 때는 훌륭했던 샴푸가 여성이 썼을 때는 왜 형편없어진 것일까. 상대적으로 남성의 모발은 짧고 굵다. 또 하루에 머리감는 횟수, 모발을 말리는 방법도 여성과 다르다. 이런 차이 때문에 여성에게는 머리를 감을 때 거품이 적거나 감은 뒤 모발이 가라앉아 풍성함이 사라졌다는 불만이 있었다. 아무리 감성이 풍부한 남성이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었다. 그러나 김 팀장은 “부인이나 딸을 관찰하며 여성들이 머리를 감는 횟수나 모발의 길이, 직경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끝에 타고난 감성의 차이를 극복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그는 지난해 ‘비타민C 콜라겐 파우더 에센스’를 개발했다. 미백효과를 위한 비타민C 유도체와 주름개선 효과를 지닌 예덕나무 추출물로 만든 다기능성 에센스다. 이 제품을 피부에 바르면 가루가 액상으로 바뀌기 때문에 크림 형태의 에센스보다 유분기가 적고 피부가 번들거리자 않아 산뜻하다. 그가 남들과 다르게 파우더형 에센스를 생각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화장품 연구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받아들여 응용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화장품 관련 분야뿐 아니라 의약이나 미생물, 생화학 분야의 논문까지 읽는다. 의약품은 화장품에서, 화장품은 의약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화장품의 주된 소비자가 여성인 만큼 여성의 심리를 꿰뚫어야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화장품에 대한 연구가 아내와 연애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출처:과총 STS obse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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