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수면]만성적 주간 졸음은 병

2007.10.15 09:29
“나는 왜 차만 타면 잠을 자는지 모르겠어.” 얼마 전 동문회에서 만난 한 선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시에는 그 얘기를 듣고 그냥 지나쳤지만 참신하고 재미있는 연구 주제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차에 타는 것 자체가 조건화된 자극으로 작용해서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의 진동이 귓속의 전정기관을 자극해서 수면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떠오르기도 했다. 선배의 수면 문제를 자세히 연구해 보기로 했다. 그에게 “혹시 집에서 TV를 보다가 잠들 때도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책을 읽다가 잠들 때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역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선배가 ‘병적인 주간 졸음증’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의식적으로 깨어 있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모든 상황에서 항상 잠이 드는 증상이었다. 평균 수면 시간이 궁금했다. 선배는 “8시간 정도 자지만 늘 잠이 부족하다”고 했다. 혹시 코를 고는지 물었더니 “몇 년 전부터 코골이가 심해져서 아내와 각방을 쓴다”고 했다. 선배 아내 말로는 수면 중에 호흡이 불규칙하고 가끔씩 숨을 멈추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선배의 병적인 주간 졸음증과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이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를 심하게 골고 수면 중 호흡이 불규칙하다 보니 밤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그 결과 낮에도 무의식적으로 잠에 빠져드는 것이다. 선배의 수면 상태를 검사해 보니 역시 심한 정도의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됐다. 기침은 감기, 폐렴, 폐암 등 다양한 질병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다. 주간 졸음증도 수면무호흡증, 기면병(갑자기 잠드는 것), 불면증 등 다양한 수면장애의 증상이다. 며칠 동안 기침이 계속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병원을 찾아 가슴 X선 사진도 찍어 보고 정밀 검사도 해 본다. 그러나 피로감과 졸음이 몇 개월씩 계속돼도 그것을 어떤 병의 징후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봐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은 더욱 드물 것 같다. 주간 졸음증은 불충분한 수면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뇌가 보내는 신호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을 떨어뜨리며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보다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더 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졸음이 수개월씩 계속된다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졸음의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