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모래언덕 또 훼손될 위기

2001.11.12 11:48
충남 태안군의 바닷가 해안사구가 또다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지난해 동아일보 보도(2000년 11월13일자)로 해안사구에 도로를 건설하려는 공사가 취소돼 훼손될 위기를 모면한 지역에서 10여㎞ 떨어진 태안군 고남면 장곡리 14만평의 해안사구. 해안선서 100m 떨어져 해안선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이 해안사구 지역에 한서대가 비행기 활주로를 만들 계획으로 있으며 정부는 조만간 이 계획을 허가해 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환경전문가들이 정부 허가의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개발 추진 과정〓 장곡리 해안사구는 지난 30여년 동안 한 유리제조회사가 규사를 채취해 이미 심하게 훼손된 상태. 이 사구에 한서대는 항공 관련학과의 실험실습장용 활주로를 만들겠다며 9월 환경영향평가 대행기관인 E연구소를 통해 작성한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제출했다. 연구원은 “활주로 건설 계획안이 사구의 보전 및 복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의견’을 금강환경관리청에 전달했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조만간 공사 허가를 내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영향평가서 논란〓 E연구소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우리나라에는 해안사구와 관련한 근거 규정이나 자료가 전무해 미국의 관계 법령을 근거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측은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호수 연안에 인접한 사구에서 최소한 35∼100피트(10.5m∼30m) 이상 간격을 두고 건축물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근거로 해안 인접사구에서 활주로까지의 거리가 100m 정도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측은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절대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는 사구를 ‘민감한 사구지역(critical sand dunes)’으로 규정해 보전하고 있다”며 “이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 ‘사구의 원형이 보존돼 있는 곳’으로 규정한다면 이미 훼손된 장곡리 사구는 보전 가치가 있는 사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 지리학과 유근배(柳根培) 교수는 “연구소측의 100m 이격 거리 주장은 호수지역인 미시간주의 법령을 해안에 적용한 것”이라며 “더구나 미시간주 호안 관리법 등은 원칙적으로 호안과 건축물의 간격이 최소한 1000피트(300m) 이상 돼야 하고 예외적으로 그 거리 안에 위치할 수 있는 건축물은 호안 관련 시설물 등 작은 건조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 교수는 “미국 해안 관리법은 개발이나 훼손으로 그 지역이나 인근 지역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역을 민감한 사구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민감한 사구지역에 대한 평가서의 새로운 정의는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E연구소측은 “미시간주 관련 규정들은 연구원에서 ‘인터넷에 관련 자료가 있으니 참고하라’고 해서 인용했을 뿐”이라며 “원형이 제대로 보존돼 있는 사구를 민감한 사구라고 새롭게 정의한 것은 나름대로의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구 파괴땐 사람 못살아” ▽주민 피해와 당국의 대응〓 해안사구 뒤편에 있는 태안군 안면읍 동답마을 주민 장희원(張喜元·39)씨는 “해안사구가 훼손돼 바닷물이 육지 지하수에까지 스며들어 벼들이 말라 죽기 시작했다”며 “마시는 물에서도 짠맛이 나 집집마다 식수 피해를 보고 있는데 사구가 더 파괴되면 더 이상 이 곳에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사구 보전이나 복원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환경부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해안사구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아직 해안사구와 관련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금강환경관리청 자연환경과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온 만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안사구 중요성과 외국 실태〓 해안사구는 육지와 바다 사이의 퇴적물 양을 조절해 해안을 보호하고 해안 생물의 서식지와 해안 식수원의 저장지로서의 역할을 한다. 특히 안면도 사구는 8000∼1만년에 걸쳐 형성된 국내 최대의 사구로 폭풍과 해일 등으로부터의 피해를 막아주고 해송(海松)과 염생식물(鹽生植物)이 많아 보존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해안사구나 해변을 정부나 공익단체가 매입해 보전하고 있다. 또 법으로 사구 위에 도로나 건물을 짓는 것은 물론 출입 자체를 금지한 나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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