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자로 살다

2001.11.03 14:05
타까기 진자부로오 저 ㅣ 김원식 역 ㅣ 녹색평론사 출간 ㅣ 2000-06격월간 <<녹색평론>>의 애독자라면 일본의 세계적인 반핵 운동가인 타까기 진자부로오(1938∼2000)에 관해 어느만큼 알고 있을 줄로 안다. 진자부로오가 그의 자서전적 기록인 이 책을 발췌한 글이 <<녹색평론>>의 제 52호(2000년 5-6월)에 실렸고 그의 사망에 즈음해 이 책의 역자가 그를 추모한 글이 제 55호(2000년 11-12월)에 수록되어 있다. 진자부로오는 1997년 환경, 평화, 인권 분야에서 '또 하나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을 정도로 "플루토늄의 위험성을 세계에 알리고 또 정부에 정보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해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으며 시민의 입장에서 활동한 과학자로서의 공적이 매우 큰 인물"이다(6쪽). 그는 40년간 원자핵과 함께 일하면서 "처음 3분의 1은 원자핵 이용을 추진하는 체제 내의 연구자로, 나머지 3분의 2는 거대한 연구개발체제에서 뛰쳐나와 독립적 비판자에다가 시민활동가로 살아왔다"(13쪽). 우리가 그의 삶에 주목하는 까닭은 우리나라에서는 '철밥통'이라 불릴만큼 기득권 세력의 상징이 된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기존 과학계를 비판하는 험난하고 외로운 길을 선택한 용기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진자부로오는 제도권 밖에서 시민들과 관심을 공유하면서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시민과 함께 과학에 관련된 활동을 전개하는 자신을 '시민과학자'라고 부른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로크처럼 기존의 과학연구 체제로부터 빠져나와 자신만의 독자적인 공간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이른바 독립적인 과학자(independent scientist)에 해당된다. 시민과학자 또는 독립과학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이들이 기성과학기술에 대해 비판적이며 대안을 모색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진자부로오는 자기의 이름을 딴 타까기학교를 만들어 대안 과학자를 양성한다. 그는 이 학교에서 그의 이상을 실현할 생각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억압하지 않는 사회 △평화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 △공정한 사회 △이러한 세계가 지속가능하게 보장되는 사회이다(166쪽). 그러나 그는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대장암수술을 받고 2년 남짓한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다. 그는 시민의 과학이 "지구의 미래가 보이지 않게 된 현실에 맞서, 미래로 통하는 길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시민의 과학은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측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거대 시스템의 한쪽 구석에 있는 아주 작은 영역"이지만 시민의 과학이 "지구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서 그리고 지속적인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 어떠한 구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178-179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외국에서 따온 박사 학위을 앞세워 높은 급여, 감투, 권력만을 추구하며 지구의 미래는 커녕 우리나라의 장래조차 걱정하지 않는 과학기술자들이 득실거리는 국내 과학기술 풍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타까기 진자부로오의 삶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과학기술자가 많을수록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책장을 넘긴다. 글.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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