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은 인공동면과 냉동보존

2007.07.18 11:03
저온생물학에서는 저온보존 기술로 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다. 저온보존으로 겨냥하는 대표적인 미래기술은 인공동면과 냉동보존이다. 겨울잠 자며 우주여행한다 먼저 인공동면의 경우 사람도 일부 동물처럼 동면을 즐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곰과 다람쥐, 햄스터, 박쥐 등은 외부 온도에 따라 스스로 체온을 3℃까지 낮춰 겨울잠을 잔다. 가령 박쥐는 초가을이 되면 겨울잠에 대비하여 지방질을 축적한다. 이럴 즈음 박쥐를 붙잡아 냉장고에 넣어두면 곧 잠이 든다. 박쥐의 체온은 급격히 떨어지고 심장 고동과 호흡의 속도는 느려진다. 잠든 박쥐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으므로 몇 달 정도는 살아 있는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둘 수 있다. 사람은 박쥐처럼 체온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잠을 자다가는 영락없이 얼어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의 동면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동물이 동면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엔케팔린(enkephalin)을 합성하면 인간도 겨울잠을 즐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엔케팔린은 마취제와 진통제로 쓰이는 모르핀과 화학적 성질이 유사해 진통뿐만 아니라 수면과 성기능 등 생리현상을 조절한다. 요컨대 엔케팔린을 합성할 수 있다면 사람도 체온이 3℃인 동면 상태가 될 수 있다. 인공동면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지만 동면의 원리를 응용한 의료시술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저체온 수술법이다. 환자의 체온을 낮춰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수술하는 방법이다. 체온을 30℃ 정도로 낮추면 심장 박동이 멎고, 18℃까지 떨어뜨리면 두뇌 활동이 거의 정지돼 피의 흐름이 멎는다. 따라서 피를 흘리지 않고 수술이 가능한 것이다. 인공동면은 쓰임새가 많을 것 같다. 우선 엔케팔린을 합성해 동면상태에서 몇 시간이고 수술이 가능하다면 장기이식 수술을 할 때 시간에 쫓겨 실패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또한 인공동면을 하면 수십 년을 우주선 안에서 견뎌야 하는 우주여행도 가능할 것 같다. 전문가들은 2030년 쯤이면 겨울잠을 자면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체 냉동보존을 꿈꾼 사람들 한편 냉동보존(cryopreservation)은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저온보존하는 인공동면과는 달리 죽은 사람을 얼려 장시간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녹여 소생시키려는 기술이다. 인체를 냉동보존하는 까닭은 사람을 죽게 만든 요인, 예컨대 암과 같은 질병의 치료법이 발견되면 훗날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인체 냉동보존술(cryonics)은 시체를 보존하는 새로운 방법이라기 보다는 생명을 연장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인체의 사후 보존에 관심을 표명한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미국의 독립선언 직전인 1773년 그가 친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먼 훗날 소생시킬 수 있도록 시체를 미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물론 그는 당대에 그러한 방법을 완벽하게 구현할 만큼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문장으로 편지를 끝맺었다. 인체의 냉동보존을 이론적으로 제안한 최초의 인물은 미국 물리학자인 로버트 에틴저(Robert Ettinger) 교수이다. 1962년 ‘불멸에의 기대’(The Prospect of Immortality)라는 책을 펴내고, 저온생물학의 장래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냉동시킨 뒤 되살려내는데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백96℃가 시체를 몇 백년 동안 보존하는데 적합한 온도라고 제안했다. 그의 책이 계기가 돼 인체 냉동보존술이라는 미지의 의료기술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에틴저 교수는 1940년대에 개구리의 정자를 냉동시키려는 과학자들을 지켜보면서 인체 냉동보존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의학적으로 정자를 가수면 상태로 유지한 뒤에 소생시킬 수 있다면 인체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1940년대에 여러 종류의 세포를 성공적으로 냉동보존했으며, 1950년에는 소의 정자, 1954년에는 사람의 정자를 냉동보관하는데 성공했다. 세계 도처의 정자은행에서는 정자를 오랫동안 냉동 저장한 뒤에 해동해 난자와 인공수정을 시키고 있다. 1971년 쥐의 배아를 냉동보관하는데 성공했으며 이어서 토끼, 양, 염소, 소의 배아를 냉동보관하게 됐다. 사람의 경우 1984년 3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냉동배아로부터 첫 아기가 태어났다. 이제는 체외수정 시술을 위해 사람의 배아를 냉동보관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난자는 정자나 배아보다 동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1986년 독일에서 냉동난자로 체외수정된 아기가 처음 태어났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8월 첫 아기가 태어났다. 알코르는 냉동보존 서비스 중 에틴저 교수의 인체 냉동보존 아이디어는 1960-1970년대 미국 지식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히 히피문화의 전성기인 1960년대에 환각제인 엘에스디(LSD)를 만들어 미국 젊은이들을 중독에 빠뜨린 장본인인 티머시 리어리(Timothy Leary) 교수는 인체 냉동보존술에 심취했다. 그는 말년에 암 선고를 받고 자살계획을 세워 자신의 죽음을 인터넷에 생중계할 정도로 괴짜였다. 1996년 병사한 리어리 교수는 사후에 출간된 저서인 ‘임종의 설계’(Design for Dying)에서 냉동보존으로 부활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리어리 교수의 경우에서 보듯이 인체 냉동보존술은 진취적 사고를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자들을 매료시켰다. 세계 최대의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조직인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의 고객 중 25% 이상이 첨단기술 분야 종사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부터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알코르는 세계적으로 1천여명 가까이 상담을 진행중에 있으며 냉동보존된 사람은 1백여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알코르는 고객을 ‘환자’, 사망한 사람을 ‘잠재적으로 살아 있는 자’라고 부른다. 환자가 일단 임상적으로 사망하면 알코르의 냉동보존 기술자들은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들은 먼저 시신을 얼음통에 집어넣고, 산소 부족으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심폐소생장치를 사용해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이어서 피를 뽑아내고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킨다. 그런 다음에 환자를 애리조나 주에 있는 알코르 본부로 이송한다. 환자의 머리와 가슴의 털을 제거하고,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종양의 징후를 확인한다.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한다. 기계로 남아 있는 혈액을 모두 퍼내고 그 자리에는 특수액체를 집어넣어 기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사체를 냉동보존실로 옮긴 다음에는 특수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다. 부동액은 세포가 냉동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며칠 뒤에 환자의 시체는 액체질소의 온도인 영하 1백96℃로 급속 냉각된다. 이제 환자는 탱크에 보관된 채 냉동인간으로 바뀐다. 인체의 냉동보존에는 비용이 적지않게 소요된다. 냉동보존 서비스에는 비용에 따라 특급과 보통이 있다. 알코르에서는 12만-13만달러 정도를 내면 몸 전체를 보존하는 특급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5만달러로는 머리만 냉동보존해준다. 알코르의 홈페이지(www.alcor.org)를 보면 ‘우리는 뇌 세포와 뇌의 구조가 잘 보존되는 한,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멈춘 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심박과 호흡의 정지는 곧 ‘죽음’이라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죽음’이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해 다시 태어날 수 없는 상태일 뿐이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아직까지 냉동인간을 소생시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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