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통계로 엉터리 정책수립 ‘아찔’

2008.06.26 09:07
“서울 최저기온 영하 14도 → 영상 8.4도” “원주군 수도용지 2만9911m² → 29만9911m² ” “일반인이 오류 발견할 정도라니…” 우려 통계청 “용역직원 입력과정 오류 가능성” 전문인력-예산 부족이 정확성 떨어뜨려 국내에는 371개 기관이 국가승인통계를 작성한다. 통계청은 이용자들이 각 기관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외부 기관의 통계를 포털에 담아 서비스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에 포털에서 발견된 오류 중 절반 이상은 이렇게 해서 외부 기관이 통계청에 제공한 통계였다. 기상청에서 작성한 통계 중 2005년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4도인데 영상 8.4도로 나와 있었다. 강원도에서 작성한 통계 중 1991년 강원 원주군의 수도용지는 2만9911m²인데 29만9911m²로 나와 있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부 기관의 통계 잘못인지,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인지는 조사 중”이라며 “371개 통계 작성 기관 중 54곳에만 통계 담당자가 있으며 그나마 평균 인원이 1.8명에 불과해 정확한 외부 통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통계청에서 외부 통계를 입력하며 발생한 오류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2006년부터 용역직원 100여 명을 동원해 자체 데이터베이스(DB)가 없는 기관의 통계 수치를 입력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용역직원들이 일일이 보고서를 보며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크다. 예를 들어 국가채무 오류는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잘못 올린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외부 기관과 통계청이 책임을 미루다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통계청 관계자는 “KOSIS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직원이 10여 명에 불과해 매번 최신 통계를 올리기는 힘들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1년치 통계를 한꺼번에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처럼 잠정치와 확정치가 별도로 나오는 통계가 제때 고쳐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 국가승인통계가 잘못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지난해 있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8월 2007년 상반기 재정수지를 집계한 결과 6조1000억 원 적자가 났다고 발표했다. 재경부 측은 “경기 회복을 위해 조기 집행을 염두에 둔 결과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62%에 달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적자는 보름 만에 11조3000억 원 흑자로 바뀌었다. 재경부 측은 “시스템 오류로 공무원 인건비를 잘못 입력했다”고 해명했다. 국제적인 망신이었을 뿐 아니라 통계 오류가 수정되지 않았다면 정부의 재정정책이 자칫 잘못 집행될 수도 있었다. 학계에서는 국가승인통계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고질적인 인력, 예산 부족을 꼽는다. 인구 100만 명당 통계 기획 분석인력은 한국이 9명인 반면, 미국은 51명, 호주는 87명이다. 이재형 통계개발원장은 “통계청이 좀 더 정확한 서비스를 위해 오류 찾기 대회를 여는 노력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인력과 예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 부족이 오류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 직원 2358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35명에 불과하다. 김재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통계청에서는 10년 넘게 통계를 담당한 전문가도 행정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 앞에서 할 말을 제대로 못한다”며 “의견이 몇 번 묵살되면 박사들은 대부분 학교나 연구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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