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 왕으로 살다 가다

2013.04.04 00:00
창릉은 제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 한씨의 능이다. 예종은 세조와 정희왕후의 둘째 아들인데 의경세자가 요절하는 바람에 세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올랐다. 그의 재위기간은 14개월에 불과하다. 세조는 자신의 병이 위중해지자 예조판서 임원준을 불러 “내가 세자에게 전위하려 하니 모든 일을 준비하라”고 명했다. 정인지 등이 “성상의 병환이 점점 나아가시는데 어찌하여 자리를 내놓으려고 하십니까?” 하자 세조는 “운이 다하면 영웅도 마음대로 못하는데 너희가 나의 하고자 하는 뜻을 어기니, 이는 나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다”라고 한 뒤 내시로 하여금 면복을 가져오게 하여 친히 세자에게 내려줬다. 예종의 나이 18세였다. 예종은 즉위 초에 세조의 유명을 받들어 한명회·신숙주 등 대신을 원상(院相)으로 삼아, 이들이 서무를 의결하게 했다. 원상제도는 신하들에 의한 일종의 섭정 제도였다. 세조가 원상으로 지목한 세 명의 신하는 한명회, 신숙주, 구치관 등 측근 세력들. 이들은 승정원에 상시 출근해 모든 국정을 상의·의결했고, 예종은 형식적으로 결재만 했다. 국정 처리는 물론 왕실에 관한 일 중 예종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머니 정희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예종이 할 수 있었던 일은 부왕의 능(광릉) 조성과 이미 부왕 때부터 추진 중이던 세종의 능을 옮기는 것(영릉천장)이 전부였다고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전수조법(職田收租法)을 제정하고, 반포는 못했지만 ‘경국대전’도 그의 치세에 완성했다. 삼포(三浦)에서 왜와의 사무역을 금지했고 각 도, 각 읍에 있는 둔전을 일반 농민이 경작하는 것을 허락했다. 재위기간이 14개월에 불과해 이 시기는 세조시대에서 성종시대로 넘어가는 과도적인 시대의 성격을 띤다. 남이 장군의 옥사도 이때 일어났다. 그가 처형된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와 같은 사건 때문이다. 남이는 태종의 외손자로 이시애의 난을 평정하고 서북변의 여진족을 토벌하는 등 혁혁한 무과를 세웠다. 27세에 오위도총부도총관과 공조판서, 병조판서로 발탁된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승진한 무인이다. 그런데 세조가 사망하고 예종이 즉위하자 강희맹 등 훈구대신들이 그가 병조판서의 직임에 적당하지 못하다 상소해 해임됐다. 그가 왕궁을 호위하는 겸사복장으로 궐 안에서 숙직하던 중 혜성이 나타나자 ‘혜성이 나타남은 묵은 것을 몰아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징조다’라고 측근에게 말했는데, 이를 유자광이 역모를 꾀한다고 고발해 결국 남이를 비롯해 많은 무인들이 처형당한 것이다. 남이 장군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대표적인 사람으로 알려지지만, 좌우간 쥐가 듣는 곳일지라도 입 조심하라는 경구로 자주 이용되는 불행한 사건이다. 예종과 함께 창릉에 유택을 마련한 안순왕후는 한백륜의 딸이다. 한명회의 딸이 세자빈에 책봉됐으나 곧바로 병사해 안순왕후가 세자빈으로 간택됐고, 예종이 즉위하자 왕비에 책봉됐다. 그러나 이듬해 예종이 사망하자 인혜대비, 명의대비에 책봉됐고, 연산군 4년(1498)에 사망해 창릉에 안장됐다. 참고문헌 : 「王權의 무게가 너무 컸을까 13개월 통치, 19세 요절」, 이창환, 주간동아, 2010.05.31 『신토불이 우리문화유산』, 이종호, 컬쳐라인, 2001 「풍수지리는 위선사」, 이종호, 내일신문, 2001.09.17 「[王을 만나다·20]서오릉-창릉(8대 예종·계비 안순왕후)」, 김두규, 경인일보, 2010.02.11 (17-2에 계속)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과학저술가 mystery123@korea.com
이종호 박사(사진)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노벨상이 만든 세상’ ‘로봇, 인간을 꿈꾸다’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등 다수다.
※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가 공룡유산답사기, 과학유산답사기 2부, 전통마을을 찾아가는 과학유산답사기 3부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찾아가는 과학유산답사기 4부를 연재합니다. 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세계문화유산 속에 숨어 있는 과학지식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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