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몸, 봄의 생기 팍팍

2013.03.12 00:00

주말인 9일 오후 충남 서산시 음암면 부장리. 서해 갯바람이 부는 산기슭에 아낙들이 삼삼오오 쪼그려 앉아 뭔가를 캐고 있었다. 냉이였다. 이곳 냉이는 갯바람을 맞으며 황토에서 자란 ‘황토냉이’. 모든 냉이가 맛과 향이 진하지만 이곳 냉이는 철분과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별다른 시설이나 관리가 필요 없고 농약도 사용하지 않아도 돼 농한기 효자 품목이다. 요즘 서산 냉이는 하루 평균 10t가량 수확된다. 가격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4kg 1상자에 4만∼4만3000원 선. 지난해보다 30%가량 올랐다. 냉이는 봄나물의 전령사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비집고 가장 먼저 움튼다. 냉이 달래 쑥 고들빼기 돌나물…. 기특하게도 이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란다. 웬만한 햇빛과 습도만 있으면 움튼다. 전국에 분포하고 특산지가 없다. ‘아흔아홉 가지 나물 이름만 외우고 있어도 굶어 죽을 걱정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날씨가 따뜻한 남해에서 먼저 소식을 알린다. 나물은 과거 초라한 밥상의 상징이었다. 주린 배를 채워주던 서글픈 음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밥상에 오르면 건강식으로 최고 대우를 받는다. 겨우내 저항력이 떨어진 우리 몸에 자연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물은 산나물, 들나물, 재배나물로 나뉜다. 냉이는 바로 들나물이다. 나물은 재료를 날로 무쳐서 먹는 생채(生菜)와 데치거나 삶은 다음 무치거나 볶는 숙채(熟菜)로 나뉜다. 하지만 나물을 제대로 조리하기란 쉽지 않다. 쌉쌀한 맛과 향을 모두 살리는 게 최고의 조리법이다. 냉이의 대표적인 조리법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담근 뒤 오이 양파 등 다른 야채와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는 초무침이다. 냉이를 넣고 된장국을 끓일 때는 된장 양이 많으면 냉이의 고유 향을 잃을 수 있다.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맛을 살려야 한다. 달래도 제철이다. 참기름 고춧가루 식초와 함께 버무려 놓기만 해도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뿌리는 으깨지 말고 원형을 살리면 씹는 맛이 좋다. 봄나물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돼 사시사철 즐길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철이 최고다. 월동한 나물의 뿌리는 인삼보다 명약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에서 달래 한 봉지(30뿌리 정도)는 1500원, 냉이도 한 봉지(50g 안팎)에 1500원 정도. 한 끼 정도로 충분한 양이다. 재래시장의 가격은 더 싸다. 봄나물 행사도 열린다. 경기 안성의 농협 ‘팜랜드’에서는 1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냉이 캐기 체험 행사가 열린다. 3만여 m²의 초지에 심어놓은 냉이를 방문객이 직접 캐고 내부 식당에서 조리해 먹을 수도 있다. 031-8053-7979 무치고 데치고 볶고, 쌀뜨물을 받아 끓인 된장나물국만으로도 봄 밥상은 푸짐하다. 봄나물을 먹는 것은 몸을 살리고 자연을 배우는 일이다. 대전=이기진 동아일보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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