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외치던 선진국들 슬금슬금 원전비중 늘려

2013.03.08 00:00
[동아일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후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기로 한 독일의 에너지 변혁(Energiewende)은 ‘심장을 열고 수술하겠다’는 것과 같다.” 지난해 KOTRA 독일 함부르크 무역관이 보고서에서 전한 독일 여론 중 일부다. 프랑크푸르트 무역관도 지난해 11월 ‘독일 중산층, 지금은 에너지 가격과 전쟁 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원전을 포기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한 뒤 폭등한 전기요금 문제를 다뤘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탈(脫)원전’ ‘감(減)원전’을 내걸었던 선진국들이 슬금슬금 다시 원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기술적인 제약이 많고 경제성도 낮은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폭발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전 반대여론도 사고 2년을 앞두고 수그러들었다. 가장 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한때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추기도 했던 일본은 전력난 끝에 지난해 7월 오이(大飯) 원전 3·4호기를 재가동했다. 지난해 말 총선에서는 탈원전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참패했고, 집권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달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원전 의존비율을 5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던 사회당 정부의 산업부 장관이 “원자력은 미래를 위한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국, 인도 등 에너지 다소비 국가나 중진국들은 무서울 정도로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외신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승인했고, 중국은 26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 중이며, 인도는 205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3%에서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의 원전 정책은 현재 안갯속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신규 원전을 짓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전 관련 공약은 ‘유지하되 안전을 엄격히 따지겠다’는 편이었다. 새 정부는 원전 정책을 아직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고, 지난달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원전을 더 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뤘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이 ‘징검다리 역할론’을 펼치며 원전의 안전성과 회사 경영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징검다리론은 신재생에너지를 경제적이며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때까지는 원전을 징검다리 삼아 에너지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수원은 이와 함께 “최악의 자연재해에도 원전이 안전할 수 있도록 2015년까지 총 1조1000억 원 이상을 들여 장·단기 개선대책 56가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대책 중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을 염두에 둔 것도 많다. 지진해일이 일어나도 끄떡없도록 고리 1·2호기 해안방벽에 지난해 말 내진(耐震) 안전성을 갖춘 콘크리트 방벽을 10m 높이로 증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수원 측은 “일본 원전 사고는 원자로가 폭발한 것이 아니라 원전 연료 손상으로 발생한 수소가스가 폭발한 것”이라며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기가 필요 없는 최신형 수소제거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강명 동아일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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