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땅 ‘후쿠시마’에서 남은 것들의 슬픔

2013.02.28 00:00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오오타 야스스케 著, 책공장더불어 刊) 지난해 3월 이후 금단의 땅, 죽음의 땅, 유령마을 등 다양한 단어로 불려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전 이곳을 방문했던 이들이라면 이런 단어는 상상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진에 이은 쓰나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된 이후 수많은 사람이 죽고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를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역 동물들도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으나 관심에서 벗어난 생명들은 더 비참한 삶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다. 쓰나미로 인해 익사하고, 굶어 죽고, 살처분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 분쟁지역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1995년 고베 대지진도 취재했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저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앞에서는 전율했다고 한다. 대도시의 식민지로 살 수 밖에 없는 원전지역에 카메라를 들이댄 그는 후쿠시마를 지옥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책에서 보이는 비참하고 참담한 모습은 픽션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은 더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 답사기 1·2(손영운 著, 살림FRIENDS 刊) 요즘 학부모들은 힘들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체험학습까지 도와줘야 하기 때문. 어디로 갈지를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부터가 고민이다. 이럴 때 이 책을 골라보면 어떨까. 17년간 과학교사로 근무하다가 과학 전문 저술가로 전향한 저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 100곳을 선정해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과학적인 지식을 제공하겠다는 의욕적인 시도 끝에, 수년 동안 수차례의 답사를 거쳐 역사적ㆍ문화적ㆍ지리과학적 관점으로 우리 땅을 분석해 냈다. 유명 관광명소의 표지판에서도 얻을 수 있는 딱딱하고 지루한 배경 설명과 달리 저자가 전하는 그 지역의 전설과 설화 그리고 지층에 담긴 자연사 이야기에 취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전국일주를 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특히 저자가 직접 찍은 300여 장에 달하는 멋들어진 자연 풍광 사진과 주상절리의 형성 과정, 한반도의 지질도, 해안단구의 형성 과정 등을 쉽게 설명한 일러스트 그리고 독자들이 찾아가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답사지를 표기해 놓은 지도는 이 책의 백미다.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그동안 무심하게 바라보던 강과 산, 돌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특히 교과서로만 배웠던 화산 활동의 증거와 공룡 화석 등을 직접 보고 체험하며, 우리 주변에서 과학적 사실을 찾아내는 즐거움과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과학을 함께 접목시켜 사물을 바라보는 종합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집에 산다(소행주·박종숙 著, 현암사 刊) 도시 주거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갓 결혼한 후배가 1억원으로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한다는 얘기를 하면 속으로 ‘물정 모르는 인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가 됐다. 이 때문에 도시민들이 ‘하우스푸어’나 ‘집 마련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괜스레 나온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이런 도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사람들이 더불어 살기 위해 마련한 코하우징 주택에 대한 얘기다. 코하우징 주택을 우리말로 풀면 공동주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공동주택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고작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이런 공동주택에서는 공동의 일과나 혜택은 찾아볼 수 없다. 공간은 삶을 반영하고, 삶은 다시 공간을 구성하는 게 옳지만, 공급자 중심의 ‘찍어낸 집’들은 이러한 삶과 공간의 본연의 관계를 차단한다. 이 책은 일명 ‘성미산마을’에서, 개인이 감당하던 도시 주거 문제를 여럿이 함께 해결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아홉 가구가 코하우징 주택 ‘소행주 1호’(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소재)를 짓고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소개됐지만 이 책에서는 낯선 이들이 더불어 살기를 도모한 과정, 우여곡절을 극복하며 이뤄낸 완공, 복작복작하지만 매일이 소중하게 펼쳐지는 공동체 생활까지의 전모를 속속들이 아우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천사를 인용하자면, 이 책은 “따뜻한 수필이자 빼곡한 기록이자 ‘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서’인 한편 우리네 삶에 대한 ‘안내서’” 다. ◆레드 바이오텍(최철희 著, 창의와소통 刊)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신설부서가 생길 예정이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해서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부처다. 정부부처 신설 문제를 떠나 말 그대로 미래를 창조할 것인가, 남들이 개발한 것을 모방하는데 급급할 것인가는 우리 과학기술 정책의 오래된 숙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미래는 의-생명공학 분야에서 결정된다고 과감히 주장한다. KAIST 최철희 교수의 강의가 2권의 책으로 나왔다. 대학생 입문 강좌로 쓰일 정도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생물학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상세히 설명돼 있다. 미래의 의생명과학자를 꿈꾸는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현재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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