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잘하는 약’ 끊으니 자살충동 후유증이…

2013.02.05 00:00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그린스버러칼리지에서 2학년 학생대표를 지낼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던 리처드 피. 속칭 ‘공부 잘하는 약(Study drug)’의 유혹에 빠진 것은 의대 입학시험(MCAT)을 준비하던 2009년 초.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자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이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병원을 찾아 환자처럼 속이고 처방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약에 중독되면서 비극으로 변했다. 정신이상으로 고생하던 지난해 초 부모가 강제로 약을 끊게 만들자 2주 만에 24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스터디 드러그’가 치명적인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전했다. 한국 수험생의 부모들 사이에서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음알음 퍼져 문제가 되고 있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애더럴 비반스 등 ADHD 치료약을 중독성이 높다는 이유로 코카인과 같은 등급의 마약류로 지정하고 불법거래는 연방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의료계는 “치료제가 ADHD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만 정상인이 장기 복용하면 정신장애 등 후유증을 앓고 복용을 중단하면 자살 충동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미 의료정보업체인 IMS헬스에 따르면 ADHD 치료약의 처방전 발급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2007년 1000명당 처방전 수가 300건에서 2011년 528건으로 76% 증가했다. NYT는 이런 증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구멍 뚫린 의료시스템을 지목했다. 의사들은 리처드가 18개 항목의 설문지에 스스로 기입한 내용만으로 증상을 파악했다. 그가 만난 의사들은 채 5분도 안 되는 진료 시간에 ADHD라고 진단했다. 특히 취업과 진학 부담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부모 없이도 직접 약을 처방받을 수 있어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미 대학생의 최대 35%가 ADHD 치료약 복용 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지어 고등학교에서 5∼20달러에 판매하는 학생도 있다. ADHD 치료제에 중독된 사례는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와 있다. 한결같이 약을 끊기 어렵다는 호소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ADHD 치료제를 청소년 오남용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각별한 주의를 요구할 정도로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2009년부터 ADHD치료제 사용에 따른 불면증 체중감소 두통 등 각종 부작용이 자발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뉴욕=박현진 동아일보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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