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열쇠, ‘배트맨’이 쥐고 있다?

2013.01.27 00:00
검고 커다란 날개, 뾰족한 이빨, 피를 빨아먹는 습성, 음산한 소리…. 박쥐를 대표하는 유쾌하지 않은 면모다. 여기다 각종 질병을 옮긴다는 특징까지 있어 박쥐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과학자에게 박쥐는 특별한 존재다. 포유류 중에 유일하게 하늘을 날며, 6500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널리 분포된 생물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쥐는 질병에 잘 걸리지 않고 비슷한 체구의 다른 포유류에 비해 더 오래 산다. 이는 박쥐 면역체계에 특별함이 있음을 뜻한다. 이번 주 ‘사이언스’ 표지는 검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박쥐가 차지했다. 호주 동물건강연구소 ‘배트팩(Bat Pack)’의 연구 결과가 출판됐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호주산 대형 박쥐인 ‘검은큰박쥐(Black Flying Fox)’와 중국산 작은 박쥐인 ‘데이비드 박쥐(David's Myotis)’의 게놈(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중심으로 박쥐의 비행과 바이러스 저항성, 장수를 진화적인 시각에서 살피고 있다. 배트팩은 박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 단체다. 이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수년간 박쥐와 그로 인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박쥐 연구를 통해 암이나 에볼라바이러스, 사스바이러스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퇴치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연구진은 박쥐의 비행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면역체계도 발달했을 거라고 추정한다. 비행은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독성 부산물이 생성되는 활동이다. 이 때문에 박쥐는 비행 시 생긴 독성물질을 처리할 방법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항암유전자로 알려진 ‘P53’이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이상증식과 돌연변이를 막고 손상된 DNA를 고치는 역할을 한다. 박쥐가 모든 질병에 대해 면역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박쥐괴질(white-nose syndrome)’은 박쥐의 입과 코를 하얗게 만들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2006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 사는 7종 이상의 박쥐 수백 만 마리가 이 병 때문에 떼로 죽기도 했다. 그라나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데도 몇몇 박쥐는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다. 면역증강 능력을 발달시키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크리스 코울레드 박사는 “박쥐가 가진 면역력은 포유동물 전체로까지 영향을 줘서 노화나 암에 대해 대처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박쥐 게놈과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게놈을 비교하면 궁극적으로 인간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네이처’ 표지는 격자무늬 위에 시원한 녹색 광선(레이저)을 쪼는 장면이 차지했다. ‘시원한 광선(cool lighting)’이라는 문구도 크게 들어갔다. 고체를 레이저로 냉각할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네이처는 이 기술이 앞으로 ‘냉매가 필요 없는 냉장고’를 제작하는 데 이용될 거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준 장(Jun Zhang) 교수팀은 희토류 금속 물질로 도핑한 유리와 결정에서 레이저로 열을 없애는 실험에 성공해 24일자 네이처에 소개했다. 1960년 시어도어 메이먼(Theodore Maiman)이 만든 레이저는 루비나 아르곤 같은 재료를 일정한 등 특정 재료를 일정한 파장의 빛에 충돌시켰을 때 나오는 강력한 복사선이다. 이 빛은 한 방향으로 직진하기 한 곳에 에너지를 모을 수 있고, 이때 물체의 표면온도는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레이저를 잘 활용하면 온도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방향이 다른 2개의 레이저로 기체 원자를 쏘고 원자들이 두 레이저 빛과 충돌해 이동속도가 느려지게 만들면 된다. 원자는 온도가 높을수록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원자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 자체가 냉각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추(Steven Cheu) 교수와 윌리엄 필립스(William D. Philips) 박사는 이 원리를 이용한 ‘레이저 냉각기술’을 개발해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번에 장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체가 아닌 고체를 대상으로 했다. 고체에서 원자의 움직임은 진동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물질로 전달되면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레이저로 고체를 냉각시키려면 진동을 일으키는 요소를 잡으면 된다. 장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를 실제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황화카드뮴(CdS)으로 만든 II-VI 반도체에 514nm 파장의 레이저를 쏘아 반도체의 온도가 40K(-233.15℃)에서 290K(16.85℃)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로 냉각하는 게 기체만이 아니라 고체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이 II-VI 반도체에 레이저를 쏜 방법은 효율이 매우 높았으며, 극저온까지 냉각할 수 있는데다, 광전 장치에도 쉽게 삽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반도체 기반의 ‘광학냉각방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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