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이미지… 자연과 과학의 절묘한 조화

2008.08.13 09:27
거대한 파란색 물거품.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공원에 세워진 수영경기장 ‘워터큐브(Watercube)’는 부글부글 부풀어 오른 거품 덩어리를 네모반듯하게 잘라낸 형상을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직육면체 거품 건축물을 ‘수이리팡(水立方)’이라고 부른다. 박태환(19) 선수는 바로 이곳에서 10일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12일 200m 은메달을 따냈다. 박 선수의 쾌거로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워터큐브는 한국인에게도 특별한 건축물이 됐다. 강철 뼈대에 반투명 합성수지 씌운 ‘비닐하우스’ 야구나 축구 외의 TV 스포츠 중계에서 경기장 전경을 비추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수영 경기 중계에서 언뜻언뜻 화면에 잡히는 경기장 안팎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쪽빛 조명을 은은히 밝힌 밤의 외경(外境)은 장관이다.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은 위아래로 ‘물’을 경험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물살을 가르는 선수들과 목청 높여 응원하는 관중 위로 널따란 거품 막 천장이 드리워져 있는 것. 하늘빛이 비치는 반투명 거품 막 천장은 수영장 물을 비춘 거울처럼 보인다. 워터큐브는 호주에 본부를 둔 글로벌건축설계사무소인 ‘PTW 아키텍츠’가 2003년에 설계했다. 중국 구조설계회사 CCDI가 내부 디자인, 영국 구조엔지니어링회사 ARUP가 구조디자인 부문 협력업체로 참가했다. 2003년 10월 착공해 올해 1월 완공됐다. PTW는 “워터큐브는 구조로 공간을 채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수영경기장 건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기둥 없이 트인 널찍한 공간과 적절한 실내 온도. 설계 팀은 합성수지인 에틸렌테트라플루오르에틸렌(ETFE)을 건물 외피 재료로 선택해 두 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2만2000개의 강철 보로 얽은 뼈대에 ETFE막을 씌운 다음 팽팽하게 공기를 불어 넣어 634개의 거품으로 채워진 건물 외벽과 천장을 만든 것. 워터큐브는 아름답고 거대한 비닐하우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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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흡수해 난방-수영장 물 데우기 활용 반투명 ETFE 튜브 벽체는 건물이 받는 태양에너지의 90%를 흡수해 난방에 사용한다. 영국 콘월의 에덴 프로젝트 식물원은 ETFE로 만든 건물의 온실효과를 이용한 대표적 사례. 워터큐브는 이 온실효과를 통해 별도의 난방 설비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적당히 미지근한 수온을 확보했다. 가볍고 저렴한 ETFE로 충분히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 워터큐브는 여기에 ‘물거품의 이미지’라는 디자인 콘셉트를 더해 시각적 성취까지 얻었다. PTW는 “부글부글 부풀어 오른 듯한 거품 벽 디자인에는 분자 구조와 같은 자연 시스템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자연에서 얻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건물 구조에 반영한 것이다. 나란히 세워진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새 둥지)’와 워터큐브는 각각 불과 물, 양과 음을 상징하며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워터큐브는 물이 부족한 중국 북부의 자연 환경을 감안한 시스템도 갖췄다. 빗물을 수집해 수영장에 쓰고 한 번 사용한 물의 80%를 재활용한다. 2008 이탈리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측은 “과학과 건축을 훌륭하게 조합해 안개 속에서 수중스포츠를 즐기는 듯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며 워터큐브의 건축적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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