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원전 1월 돼야 재가동… ‘전력 보릿고개’

2012.12.12 00:00
[동아일보] 11일 3시간 전력경보… 블랙아웃 위기 일주일째 11일 오전 9시 정부과천청사 지식경제부 5층 전력산업과. 직원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전화기 너머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관계자들과 숨 가쁘게 대책을 협의했다. 오전 8시 40분에 이미 예비전력이 400만 kW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박성택 전력산업과장은 “지금 상황대로라면 피크시간대(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에는 전력 사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56년 만에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오면서 사상 유례가 없는 ‘초겨울 전력난’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싼 요금에 전기를 펑펑 쓰는 국민들의 습관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전등 하나라도 덜 켜고, 조금 추워도 전열기를 꺼 절전하는 것만이 해법인 상태다. ○ 초겨울 강추위로 ‘전력난’ 현실화 정부는 11월에 발표한 ‘전력수급 대책’에서 이번 겨울의 전력 수요 ‘피크(정점)’가 내년 1월 둘째 주∼2월 첫째 주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이 기간에 맞춰 수요 공급 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파가 일찍 시작되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산업체 전력 사용량 의무 감축, 전력 과다 사용 시 과태료 부과 등 주요 대책들은 모두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지식경제부는 이달 들어 11일까지 시간당 평균 170만 kW의 예비전력을 확보하는 데 총 250억 원의 보조금을 썼다. 하지만 여전히 ‘대정전(블랙아웃)’을 눈앞에 둔 채 일기예보만 쳐다보는 실정이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하 10도 안팎에서는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전력 수요가 50만 kW 이상 늘어난다”며 “현재로선 전력 공급을 당장 늘릴 방법이 없어 수요 관리와 절전 캠페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원전 1기만 고장 나도 ‘블랙아웃’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관리센터장은 “겨울철에는 전체 전력수요 중 20% 이상이 난방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추위가 계속되면 전력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력 사용 피크 시기에는 발전기 한두 개만 가동이 중단돼도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겨울부터 전력난이 심해진 건 날씨 탓도 있지만, 부실한 관리로 인한 잇따른 원전 중단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영광 원전은 제어봉 균열과 미검증 부품 사용으로 3·5·6호기의 가동이 중단됐고 울진 4호기는 증기발생기 고장으로, 월성 1호기는 계속운전 심사가 진행 중이라 멈춰선 상태다. 결과론이지만 전력당국이 원전 관리만 철저히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였던 터라 더욱 뼈아프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 전열기를 쓰는 게 ‘경제적 선택’이 된 것도 겨울 전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겨울 전력 사용량 중 전기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7.8%에서 지난해 25.4%로 늘었다. 소프트뱅크 등 일본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너도나도 한국에 지을 정도로 한국의 전기요금은 싼 편이다. 상황이 심각해도 현재로서는 신고리 원전 3, 4호기 등이 준공되는 2014년 전까지 ‘절전’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당장 발전시설을 늘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에너지 과소비를 방치한 채 전기 공급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훈 동아일보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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