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에 실패란 없어… 정부의 간섭이 예산낭비 초래”

2012.12.07 00:00
“연구자들이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간섭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독일 괴팅겐 막스플랑크연구재단 실험의학연구소에서 만난 발터 슈튀머 소장은 19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성장한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1948년 설립된 막스플랑크연구재단은 80개의 연구소로 이뤄져 있으며 실험의학연구소도 그중 하나다. 그는 독일에서는 ‘하르나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율성이 제1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르나크 원칙은 막스플랑크연구재단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알렉산더 폰 하르나크가 주창한 것으로 ‘정부는 연구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하지만 간섭하지 않는다’ ‘최고의 인재를 발굴해 영입한다’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초과학의 특성상 처음 예상과 전혀 다른 길로 갈 때가 많습니다. 새로운 방향이 보이면 그 길로 가야죠. 외부 압력 때문에 연구방향을 수정하지 못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게 오히려 세금 낭비죠.” 연구비를 받기 위해 처음 신청한 연구계획과 방향이 달라지더라도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예산을 조정해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슈튀머 소장은 자신의 예를 들었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단백질 분야를 연구하다가 지금은 암을 연구하고 있다. 슈튀머 소장은 “연구방향을 여러 번 변경했지만 왜 다른 연구를 하느냐는 질문이나 간섭은 전혀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미경을 처음 만든 사람이 분자 구조를 보는 현미경을 상상이나 했겠어요. 기초과학은 어떤 분야든지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응용 연구와 달리 기초과학 지원은 연구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슈튀머 소장은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IBS가 세계적인 연구소가 되기 위해서도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 법칙을 연구하는 기초과학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과학 연구에서 실패란 말은 성립되지 않지요. 이미 나온 결과를 토대로 끝없이 연구가 진행되는 게 기초과학의 속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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