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두영]‘과학기술 공약’을 검증한다

2012.11.30 00:00

궁금하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어떤 정책 방향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아니 아니, 과학기술 공약을 만들려고 생각이나 했는지 궁금하다. 대부분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로 범벅된 가운데 과학기술 공약이라고 할 만한 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지방의 과학기술을 진흥시키며 과학기술자를 우대하겠다는 메뉴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식상한 밑반찬이다. 다른 게 있다면 과학기술 전담부처를 부활시키겠다는 것. 그런데 관련 부처의 역할 조정도 없이, 과학기술 테크노크라트도 부족한 상황에서 전담부처를 어떻게 만들고 또 만들어서 무얼 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과학기술 공약은 타당해 보이는데 왜 변별력이 없을까. 연구개발을 더하고 과학자를 더 우대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까마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통령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을 서로 베껴 재탕 삼탕 해도 지금까지 과학기술계는 대선후보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으로 고맙게 여겼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루뭉술한 공약이 아니라 당의 정강에 바탕을 둔 변별력 있는 공약을 요구한다. 과실련(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 28일 개최한 대선후보 과학기술공약 토론회에서도 여야 대표로 참석한 전문가들의 무성의한 발언과 자료에 비난이 쏟아졌다. 지금부터라도 대선후보의 과학기술 공약에서 타당성과 변별력을 따져 보자. 에너지 보건 환경 건설 국방 등 정부의 정책 가운데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분야가 많은데, 타당성도 부족하고 변별력도 떨어지는 공약이 태반이다. 에너지 정책부터 물어보자. 원전 추가 건설은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공약은 타당성도 변별력도 다 부족해 보인다. 초등학생도 토론에서 그 정도 결론쯤은 낼 수 있다. 올겨울 당장 코앞에 닥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의 위험은 현 정부의 책임이라고 치고, 앞으로 100년을 이끌 에너지 믹스(Energy Mix)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설계수명이 지난 원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용지는 임기 중에 선정할 것인지… 궁금하다. 광우병으로부터 한우는 어느 정도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안전하게 관리하려는지 궁금하다. 그래야 미국산 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비교할 수 있고, 내가 광우병에 걸릴 위험에 대해 안심해도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에 반값등록금에, 재원이 턱없이 모자랄 텐데 광우병에 대비한 예산은 얼마나 책정해 두었는지 궁금하다. 광우병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 진위를 가리기보다 촛불시위부터 할 것인지 ‘○○산성’부터 쌓을 건지, 그것도 궁금하다. 우리나라가 정보사회에서 앞서가는 이유는 정보기술과 정보문화를 두 축으로 먼저 내다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이 배우고 싶어 하는 이 훌륭한 경험을 왜 과학기술 분야에 써먹지 않는지 궁금하다. 정보통신부가 없어졌다고 그 경험까지 망각하는가. 유감스럽게도 한국과학창의재단(예전의 한국과학문화재단)은 ‘한국교육창의재단’이라 불린 지 오래다. ‘과학문화’는 어디로 갔을까. 교육과학부는 애초부터 과학문화에 방점을 찍을 생각이 없는 것 같고, 대선후보들은 과학문화라는 용어조차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과학기술 분야는 오로지 연구개발만 하면 되는 건지, 과학문화는 왜 고어(古語)처럼 사라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과학문화 부문에서 효과가 훨씬 크고, 원전이나 광우병 사태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사회적인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궁금하다. 대통령 후보들의 과학기술 공약이 정말 궁금하다. 오백 원 줄 테니 그 답을 듣고 싶다. 개그콘서트의 꽃거지에게 주듯, 궁금한 질문마다 오백 원씩 주더라도….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