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태]세상을 바꾸는 신(新)무기, 빅데이터

2012.11.15 00:00

“네가 앞으로 가고 싶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가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에 머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자 거울 나라의 붉은 여왕이 한 말이다. 미국의 진화학자 리 밴 베일런은 이 이야기를 ‘레드퀸 효과’라는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생태계 혹은 기업경쟁구조에서 나타나는 쫓고 쫓기는 평형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압축 성장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자리 부족, 학교폭력, 자살, 저출산·고령화 등 수많은 사회 현안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제의 본질과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올바른 출발점이다. 각종 사회 현안이 발생하면 지금까지는 주로 관련 동향과 현황을 조사하거나 각계각층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사회문제들이 서로 얽히며 복잡다기해짐에 따라 기존의 방법만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정부 혼자서 단시간에 해결하기도 곤란하다. 이 때문에 광범위한 양질의 데이터를 연계 통합 분석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빅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기의 급속한 보급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이들 데이터를 분석하면 사회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는 얼마 전 ‘빅데이터 국가전략포럼’을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과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소개됐다. 한 예로 자살을 키워드로 잡아 인터넷 게시물과 트위터를 분석했는데 성인보다 청소년이 자살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고용정보원 자료를 바탕으로 20대 구직자의 구직활동을 분석한 결과 취업을 포기하고 학업을 계속하는 미취업자의 비중이 늘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가설들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알아낸 사실은 앞으로 관련 분야 정책을 짜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사회 현안에 대해 최적화된 문제 해결 솔루션을 주는 한편 사회현상을 보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의 중장기적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서 위험 징후를 빨리 발견할 수 있고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정책을 수립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정부는 올해 3월 빅데이터 정책을 수립하는 데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일환으로 미 국방부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군사 작전 지원 능력을 100배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빅데이터를 적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전무하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사회 전 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빅데이터는 각종 사회 현안 해결과 국가미래전략 수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도구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과학적으로 디자인해 저비용 고품질의 국정운영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방법인 셈이다. 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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