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싸이’ 다음은 ‘웹툰’이다

2012.11.06 00:00
한국 대중가요가 몇 주째 빌보드 차트 1위를 넘보고,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화로 평가됩니다. 한국 드라마는 세계 각국 방송에서 상영되고 있죠. 한류(韓流)의 인기는 더 말하는 게 지겨울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유독 소외된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만화’죠. 최근에 웹툰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웹툰의 성공 이유를 “만화가가 오로지 실력만으로, 그리고 자신의 장점만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싸이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가창력도 별로입니다. 하지만 감각이 독특하고, 상업음악을 전공하면서 전문적인 작곡 편곡 능력을 최고로 쌓았습니다. 예전에 TV와 라디오가 인기 음악을 결정하던 시대에는 잘생기고, 노래도 잘해야 성공했지만 싸이는 아닙니다. 외모와 가창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세계적으로’ 뛰어나면 빌보드 2위가 된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물론 이는 유튜브 덕분입니다.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출판 만화가 보편적이던 시기에는 잡지사 편집자의 눈이 ‘1차 필터’였죠. 그림이 엉망이면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그림 연습 좀 더 해오라”며 퇴짜를 놓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웹툰의 시대에는 그림은 별로더라도 스토리가 끝내줘 독자를 사로잡는 웹툰은 성공합니다. 1차 필터는 사라졌습니다. 독자가 모든 걸 정합니다. 인터넷은 늘 문제를 일으킵니다. 반(反)사회적이고 문제가 많은 만화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좋은 만화들이 인터넷 덕분에 독자들과 만납니다. 웹툰이 없었다면 우리는 직장생활의 애환을 다룬 ‘가우스전자’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다룬 ‘스틸레인’, 주목받지 못하던 산악구조대의 삶을 다루는 ‘PEAK’ 같은 다양한 소재의 만화를 볼 수가 없었을 겁니다. 얼마 전 타파스틱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창업한 김창원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식 웹툰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난 미국 만화가들은 예전의 한국 젊은 만화가들 같은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DC코믹스나 마블코믹스 같은 대형 만화 출판사가 시장을 독점해 1차 필터가 되다 보니 DC나 마블 식의(슈퍼맨과 배트맨류의) 만화만 끊임없이 생산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김 대표는 타파스틱을 통해 1차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작가들을 위한 ‘웹툰 포털’을 만들고 한국의 웹툰도 영어로 번역해 세계 시장에 소개할 생각입니다. 이미 김진실 작가의 ‘블로(Blow)’가 이런 식으로 번역돼 많게는 하루 2만 명 이상이 보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은 ‘클릭 한 번’이면 국경을 넘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이런 클릭들의 교집합은 어느 순간 싸이 같은 준비된 가수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냅니다. 한국 웹툰에도 그런 실력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세계는 이런 보물을 모릅니다. 유튜브를 타고 온 싸이에 세계가 깜짝 놀랐던 것처럼 한국 만화도 인터넷을 타고 세계를 휩쓸면 좋겠습니다.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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