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만능줄기세포, 진짜 만능일까?

2012.10.16 00:00
‘아니 벌써?’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를 보고 필자는 2010년 노벨물리학상(그래핀) 발표를 들었을 때와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연구성과가 나온지 불과 6년 만에 수상했기 때문이다. 너무 이르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노벨상이라는 게 ‘발상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 발견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솔직히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이번에 상을 받은 유도만능줄기(iPS)세포의 경우는 수정란에서 발생하고 있는 배아를 파괴해야만 얻을 수 있는 배아줄기(ES)세포의 윤리적 딜레마를 한 번에 날려 버린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줄기세포 연구 시대구분은 2006년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이 ‘셀’에 iPS세포 논문을 싣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엔 장밋빛 미래였지만… ‘이건 또 뭐야?’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에서 놀랄만한 특종 보도를 했다. 일본 연구자가 포함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중증의 심부전증 환자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로 iPS세포를 만든 뒤 심근세포로 분화시킨 뒤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가 깜짝 놀란 건 작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iPS세포의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밝힌 논문이 대여섯 편이나 실렸기 때문이다. 논문을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관련 기사나 해설을 보고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임상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겠다고, 어쩌면 임상에 가보지도 못하고 다른 방법(예를 들어 줄기세포를 거치지 않고 체세포를 직접 다른 유형의 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으로 바로 넘어갈 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연구자 모리구치 히사시의 거짓말로 드러나, 요미우리신문이 대대적인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하면서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해 연달아 발표돼 관련 연구자들(특히 이 분야에 무작정 뛰어들었던)을 낙담케 했던 iPS세포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가장 뜻밖의 연구결과는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발견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보다 나은 점은 윤리적인 면뿐만 아니라 환자의 체세포로 만들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네이처’ 6월 9일자에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실리며 충격을 줬다. 연구자들은 면역적으로 동일한 쥐를 대상으로 한쪽은 배아줄기세포, 한쪽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넣어줬는데 후자에서만 면역반응이 나타났다. 예상대로라면 둘 다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이 경우 복제배아줄기세포와 마찬가지이므로). 면역반응이 일어난 이유는 불확실한데 아마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만 과발현하는 Hormad1과 Zg16 같은 유전자의 산물이 면역계의 T세포를 자극하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T세포가 관여하는 면역반응은 조직거부반응에서도 나타나므로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 앞서 ‘네이처’ 3월 3일자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 게놈의 불안정성에 대한 논문 세 편이 연달아 실리기도 했다. 역시 배아줄기세포와 비교해 유도만능줄기세포 게놈 안정성을 조사했는데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즉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는 DNA염기의 돌연변이가 일반 체세포보다 10배 높은 빈도로 일어났고 새로운 복제수변이(CNV, 특정 유전자의 개수에 차이를 보이는 현상)도 여럿 관찰됐다. 이런 유전적 차원의 불안정성과 함께 후성유전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즉 iPS세포에서는 체세포의 게놈에 각인돼 있는 후성유전적 패턴이 역분화를 거치면서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한 역분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변이는 세포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암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주변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2010년 줄기세포학술지 ‘셀 스템 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iPS세포에서는 염색체수 이상이 높은 빈도로 일어난다. 즉 염색체가 2n이 아니라는 말인데 역시 많은 암세포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물론 이런 발견들이 “iPS세포는 임상용으로는 가능성이 없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난관을 극복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iPS세포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는 요미우리신문의 보도는 귀를 의심할 만한 빅 뉴스였다. ●조심스런 미국, 밀어 붙이는 일본 ‘그래도 1년 넘게 지났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iPS세포의 임상적용과 관련된 연구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나 알아보려고 검색을 해봤는데 노벨상 발표 두 달 전인 8월 9일자 ‘네이처’에 일본의 iPS세포 임상시험 진행 계획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읽어보니 지난해와는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기사가 실린 페이지 가운데 놓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자신만만한 표정의 사진이 시사하듯이 야마나카 교수가 이끌고 있는 일본 iPS세포 연구자들은 임상시험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치밀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먼저 iPS세포의 ‘환자맞춤형줄기세포’는 우리가 생각하는 맞춤형(환자 자신의 세포로 만든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이식받는)이 아니라 면역타입에 따른 줄기세포은행을 구축해 얻는다는 계획이다. 즉 환자 자신의 세포를 갖고 하려면 줄기세포를 만들고 분화시키고 안정성을 확인하고 하는데 6개월은 걸리고 비용도 수천만 원이나 들 것이기 때문에 산업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야마나카 교수는 현재 배아줄기세포처럼 세포주를 확립해 은행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때 iPS세포가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즉 면역거부반응과 관련된 핵심적인 세포표면단백질 3개에 대한 유형에 따라 세포주를 만들 때 iPS세포는 먼저 체세포를 검사해 각 단백질의 유전자가 부모로부터 동일한 유형을 받은 걸 선별한 뒤 역분화를 시키면 되기 때문에 수혜자는 3가지 유형만 맞으면 되므로 한 세포주가 커버할 수 있는 비율이 훨씬 커진다. 반면 임의로 할 경우 모계와 부계 유전자 유형이 다르면 최대 6가지가 다 맞아야 거부반응이 없다. 야마나카 교수에 따르면 유형별로 iPS세포주를 75개만 확립하면 인구의 80%를 커버할 수 있는데, 계산해보면 6만4000명의 체세포 안에 75개 유형이 들어 있다고 한다. 현재 일본 제대혈은행에는 2만9000명의 시료가 있는데 이를 기증받으면 절반은 해결되는 셈이다. 기사에는 아직 협상중이라고 돼 있지만 노벨상을 받은 마당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을까. 한편 지난해 집중적으로 제기된 iPS세포의 안정성 문제에 대해서 야마나카 교수는 물량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즉 iPS세포가 체세포는 물론 배아줄기세포보다도 불안정한 건 사실이지만 역분화로 만든 iPS세포를 하나하나 검사해 조금이라도 불안정한 것들은 제거하고 안정한 걸 찾아(하나만 있으면 된다!) 줄기세포주로 확립한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역시 또 검사를 해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계획에 대해 미국의 줄기세포연구자들은 회의적인 입장이 많지만 기사 말미에 지난 7월 교토대 ‘유도만능줄기세포연구응용센터(CiRA)’를 방문하고 온 미국 하버드대 의대 조지 달리 교수는 “멋지고 모든 게 완벽했다”며 “확실히 큰일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인상을 전하고 있다. 야마나카 교수팀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3년 뒤 iPS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이화학연구소에서는 내년에 병든 망막을 회복시키기 위해 iPS세포를 이용한 최초의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iPS세포 분야는 정말 일본이 ‘꽉 잡고’ 있는 것 같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