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9> 능이버섯

2012.09.25 00:00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면 깊은 산에는 능이버섯(향버섯) 향이 그윽하게 번진다. ‘일(一) 능이, 이(二) 표고, 삼(三) 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능이버섯은 ‘버섯 중의 으뜸’으로 꼽혀왔다. 맛과 향에서 다른 버섯을 압도한다. 인공 재배가 안 되기 때문에 가을 한 철에만 신선한 제철 능이 맛을 볼 수 있다. ○ ‘버섯의 왕’ 능이 24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샘밭장터. 제철을 맞아 갓 수확한 능이가 시장 좌판에 널려 있다. 제철 능이의 싱싱함과 특유의 향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이곳 장터에서의 가격은 1kg에 9만 원. 비싼 가격 탓인지 흥정은 있어도 거래는 뜸해 보였다. 올해 버섯이 풍년인데도 능이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최악의 버섯 흉년이던 지난해에는 20만 원을 웃돌았다고 한다. 샘밭장에서 능이 500g을 구입한 이현수 씨(62)는 “다른 산나물과 함께 볶으면 향이 섞여 맛이 일품”이라며 “가을철 입맛을 돋워 주는 별미”라고 말했다. 능이는 머리 부분이 넓적한 우산 모양이다. 향이 짙고 독특한 데다 씹는 질감도 뛰어나다. 구워 먹거나 데쳐 먹어도 좋지만 육류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식재료로도 각광받는다. 끓일수록 짙은 향이 나와 코와 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능이 요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능이백숙이다. 능이의 향긋함이 닭이나 오리의 특유한 냄새를 제거하고 개운한 국물 맛을 만들어 낸다. 능이닭백숙은 보통 4만∼5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춘천시 석사동에서 능이백숙 전문점을 운영하는 류승춘 씨(50)는 “능이는 상하기 쉽고 벌레가 잘 생겨 관리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식재료”라며 “예전에는 손님들이 보양식으로 많이 찾았지만 이제는 별식으로 맛보기 위해 오는 가족 단위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가강현 박사는 “버섯 내 단백질 분해효소 활성이 뛰어나 예부터 육류를 먹고 체했을 때 능이를 먹었다”며 “항균 작용은 물론 천식 감기 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 “횡성 능이축제 구경 오세요” 산림청이 능이 생산량을 조사한 2001∼2005년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5년 동안 연간 생산량은 38∼69t이다. 같은 기간 송이 생산량 250∼723t에 턱없이 못 미친다. 송이에 비해 훨씬 귀한 버섯인 셈이다. 주산지가 따로 없을 정도로 섬을 제외한 전국에 분포돼 있다. 강원 횡성군 서원면은 지난해부터 능이축제를 열면서 주산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다음 달 5∼7일 열리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서원면 주민들은 요즘 능이 채취에 나선다. 지난해에는 가뭄 탓에 능이가 적게 났지만 올해는 비가 많이 와 능이를 비롯해 가을 버섯이 풍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춘천=이인모 동아일보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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