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DNA에 쓸모 없는 부분은 없다

2012.09.07 00:00
인간 DNA에는 쓸모없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3년 완료된 인간게놈(유전체)프로젝트에서 의문으로 남았던 이른바 ‘쓰레기(정크·junk) DNA’의 역할을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의 32개 연구소 과학자 442명이 참여한 국제 연구프로젝트팀은 인간 DNA의 기능을 정밀하게 분석한 ‘DNA 백과사전’을 완성했다고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6일자에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총망라한 것으로 인간게놈에 대한 가장 정교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히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DNA 염기서열이 특정하게 배열된 방식을 유전자라고 하는데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로 물려지는 특징을 만들어내는 유전정보의 기본 단위에 해당한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되자 과학자들은 전체 유전자 가운데 생명활동과 관련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2%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나머지 98%는 염기서열만 밝혀졌을 뿐 기능은 없는 ‘쓰레기 DNA’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구진은 5년간 1649번의 실험을 통해 쓰레기 DNA를 포함한 전체 DNA의 기능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다른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스위치’ 400만 개를 새롭게 발견했다. 각 스위치는 심장병에서 정신질환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일부는 가수 윤종신이 앓고 있다고 알려진 장질환 ‘크론병’과 같은 희귀질병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대부분의 질병이 이미 알려진 2%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생각했지만 DNA 백과사전을 통해 새로운 접근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스위치를 조절한다면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진화생물학 연구에도 새로운 관점이 열리게 됐다. 인간과 다른 생물을 비교할 때 살펴봐야 할 부분이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유향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제협력자문위원은 “이번 연구는 다른 생물에서 쓰레기 DNA로 알려졌던 부분도 다시 돌아볼 필요성을 갖게 했다”며 “앞으로 진화생물학 연구에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미국의 에릭 랜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우주에서 지구를 발견한 성과를 거뒀다면 이번 연구는 지구 안에 길과 강, 도시가 어디 있는지를 찾을 수 있게 만든 획기적인 성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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