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찾았던 불로장생 약초는 바로 이것!

2012.08.15 00:00
기원전 221년 중국 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은 막강한 권력을 영원히 누리고 싶어 불로장생 약초를 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의 명을 받은 사람들이 불로초를 찾아 한반도까지 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일견 황당하고 과장된 얘기 같지만 1974년 발견된 진시황 무덤 병마용갱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면 그러고도 남았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시황은 기원전 210년 49세 한창 나이에 죽었지만 그가 꿈꿨던 불로장생은 사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보통 사람들도 바라는 꿈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학저널 ‘네이처’ 8월 2일자에 실린 한 기사를 보다가 불로장생 약초가 이미 발견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로장생 약초는 중국 원산인 황기(학명 Astragalus membranaceus)다! 황기는 한약재이면서도 닭백숙 같은 요리에도 즐겨 쓰는 콩과식물이다. 귀한 인삼 대신 쓰는 ‘꿩 대신 닭’ 황기가 불로장생 약초였다니 허탈하기도 하다. ●텔로미어 길이 늘이는 성분 함유 사실 ‘네이처’에 실린 기사는 황기에 대한 건 아니고 황기추출물을 분리․농축한 ‘TA-65’란 건강보조식품을 팔고 있는 TA사이언시스라는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정공방에 대한 얘기다. TA는 Telomerase Activation(텔로머라제 활성화)의 약자다. 이야기는 1999년 미국의 사업가 노엘 패튼이 텔로미어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작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있는 특정 염기 서열이 반복돼 있는 구조로 염색체의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소진되면 그 세포는 죽는다. 패튼은 당시 텔로미어 연구를 하고 있던 생명공학회사 제론과 접촉했고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 제론은 텔로미어를 복구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제을 통제해 효과를 내는 항암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암세포는 텔로머라제 활성이 커 세포가 분열을 해도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제론은 정상세포의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해 세포노화를 억제하는 연구도 진행했는데 2002년 황기에서 분리한 사이클로아스트라제놀(cycloastragenol)이라는 성분이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패튼은 즉시 이 물질에 대한 권리를 양도받아 5년간 약효와 부작용 실험을 마친 뒤 2007년 TA사이언시스를 설립해 ‘TA-65’란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시장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약물이 아니라 건강보조식품으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궁금증이 생긴 기자는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TA-65 가격을 알아봤는데 90정에 600달러(약 70만원)나 했다(30정짜리는 219달러). 권장 복용량을 보면 40, 50대는 하루 한 알, 50, 60대나 텔로미어 검사 결과 많이 짧아진 상태일 경우 하루 두 알, 70대 이상은 하루 네 알이다. 꽤 비싼 가격이지만 불로장생 효과가 확실하다면 겉만 젊어 보이게 하는 보톡스보다 난 것 아닌가. ‘어차피 황기 추출물이니 대신 황기를 많이 먹으면 안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실망하겠지만 사이클로아스트라제놀은 미량 들어있어서 황기를 먹어서는 효과를 낼 정도의 양을 섭취할 수 없다고 한다. 참고로 이 회사는 중국에서 계약재배로 황기를 확보하고 있다. 5년째 잘 팔고 있는 데(미국에서만 한 해 수익이 70억 원이라고 한다) 왜 새삼스럽게 ‘네이처’가 딴지를 걸었을까. ●불로장생의 대가는 발암? 기사는 브리언 에간이라는 이 회사 전 직원의 이야기다. 에간은 2011년 5월 TA사이언시스에 들어가 해외마케팅 업무를 봤다. 그런데 그해 9월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이 사실을 패튼에게 얘기한 다음날 해고됐다는 것이다. 물론 패튼은 이를 부인하고 실적 부진이 해고 사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간은 취업하자 회사에서 TA-65를 하루 두 알씩 먹으라고 강요했고 그 결과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패튼은 TA-65 복용은 권고사항일 뿐이고 복용 뒤 불과 몇 달 만에 암이 걸린다는 건 넌센스라는 입장이다. 아무튼 법정이 둘 가운데 누구 손을 들어줄 지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과연 TA-65는 불로장생 효과가 있기는 한 걸까. 먼저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키는 것 자체는 불로장생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네이처’에 실린 동물실험 결과는 이를 극적으로 보여줬다. 즉 텔로머라제 유전자가 고장나 조로 현상을 보이는 쥐에게 외부에서 텔로머라제 유전자를 넣어준 뒤 발현시키자 쥐들이 젊음을 회복했는데, 살펴보니 실제 텔로미어가 복원돼 있었다는 것(자세한 내용은 ‘과학카페52 텔로미어와 노화’ 참조). 그렇다면 TA-65가 정말 텔로미어를 복원할까. TA사이언시스가 연구비를 댄, 쥐와 사람을 대상을 한 두 연구에서 이 화합물이 정말 텔로미어를 다시 길게 만든다는 결과가 지난해 각각 학술지 ‘노화하는 세포(Aging Cell)’와 ‘회춘연구(Rejuvenation Res.)’에 실렸다. 이에 대해 텔로미어 연구로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캐럴 그리더 교수는 “텔로미어를 길게 하는 화합물이 있다면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TA-65에 대해서는 좀 더 엄밀한 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의 두 논문이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쓴 방법은 믿을만한 게 못된다고. 제론에 있을 때 TA-65 연구를 이끌었고 지난해 텔로메헬스라는 회사를 차린 캘빈 하를리 회장은 “TA-65가 약간의 텔로머라제 활성을 갖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TA-65가 약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팔린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정공방을 계기로 이 물질에 대한 효과와 부작용 검증이 좀 더 철저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실제 불로장생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황기에서 추출한 성분이 담긴 캡슐이 5년 전부터 팔리고 있었음에도 이런 데 민감한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이참에 목돈 들여 90정짜리를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도 생긴다. 기자는 아직 40대이니 하루 한 알씩 먹으면 3개월 동안은 왠지 젊어지는 것 같은 기분 속에 살지 않을까.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