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간 분노의 평행선 언제 끝나나

2012.08.04 00:00
4년 전, 기자가 잠시 교단에 있을 때였다. 4월 과학의 달 행사로 과학독후감 대회를 열었다. 과학책을 읽고 학생들 나름대로의 감상과 논리를 적은 독후감들을 읽다가 '아하'하고 무릎을 칠 때도 몇 번이고 있었다. 그 중 아직까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구절이 있다. 아마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듯한 한 학생의 글이다. "지금 세상을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읽은 이 책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해서 혼란스러웠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시조새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에 싣는 것과 관련해 큰 논란이 있었던 것도 이 학생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집어든 ‘현대 과학․종교 논쟁’은 과학과 종교의 오랜 논쟁을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줬다. 영국 더럼대 인류학과 앨릭스 벤틀리 교수는 인류학자와 인류학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과학자들을 모아 이 책을 펴냈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이들은 합리주의와 이성에 기반한 과학과 인류․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온 종교가 관계하는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당연한 것인데 간과하고 있는 부분일게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은 과학과 종교가 다르다고 인정하면서도 극단적으로 종교를 거부하는 무신론자들처럼 종교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패러데이과학종교연구소 소장 데니스 알렉산더 박사는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게 된 것은 논의 주제를 관계 없는 영역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다윈의 불독’이라고 불린 토머스 헨리 헉슬리를 과학과 종교 논쟁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당시 다윈은 기독교와 유신론을 직접 반대하는 주장은 인간의 생각을 진보시키는데 별 효과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론을 ‘과학’에만 한정시키길 바랐다. 알렉산더 박사는 단순히 종교적인 철학에 불과했던 창조론이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론으로 발전(?)한 이유가 바로 헉슬리가 과학적 논의와 상관없이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헉슬리에서 시작된 과학과 종교의 대립은 현대에 들어 더욱 극단적인 형태를 띤다고 지적한다. 생물의 진화를 설명하는 ‘진화론’이 생물의 영역을 넘어 다른 영역을 설명하는 거대 이론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그 대표격으로 리처드 도킨스가 문화 전파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개념인 ‘밈(문화 유전자)’를 꼽았다. 실제로 도킨스는 헉슬리처럼 진화론을 이용해 종교를 정면을 공격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저서 ‘만들어진 신’을 통해 맹신, 잔인성, 극단주의, 악습, 편견 따위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관습을 종교 탓으로 돌리며 종교가 없다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저자들은 도킨스의 이 주장이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 테네시대 미국학과 마크 헐서더 교수는 도킨스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유신론자들이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반대 경우도 똑같다고 말한다. 무신론자들이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종교의 순 기능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글을 통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어떤 종교건 종교적 신앙을 ‘창조과학’과 같은 위장, 유사과학으로 위장한 경우 이를 과학적으로 설득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로 과학적 발견이나 경험으로 종교적 경험으로 바꾸려는 시도 또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 달 26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강연한 차동엽 신부도 “과학으로 답할 것을 종교로, 종교로 답할 것은 과학으로 대답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부’라는 직책으로 한 종교를 대표하고 있는 만큼 종교계에서도 과학과 종교의 오랜 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 노력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한 마지막 문장이다. 미국 미주리대 인류학과 마이클 오브라이언 교수는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가 양자택일에서 공존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마태복음의 구절을 읊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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