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세대, 막연한 창업보다 전문기술로 제2인생 도전을”

2012.07.27 00:00

지방 국립대를 중퇴한 왕인혁 씨(28)는 2009년 한국폴리텍Ⅶ대 창원캠퍼스에 입학했다. 2년 과정의 컴퓨터응용금형과에 다니며 3개의 산업기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는 졸업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해 설비 엔지니어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폴리텍Ⅴ대 광주캠퍼스 컴퓨터응용금형과에는 동아리 ‘폴리스킬(Poly-Skill)’이 있다. 2007년과 2009년에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통합제조’ 직종(기계 전기 전자 분야의 기술을 융합한 직종)에서 폴리스킬 회원들은 연속으로 금메달을 땄다. 국내 기능경기대회에서는 참가할 때마다 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폴리스킬 출신 학생 44명은 삼성전자 포스코 등 모두 대기업에 취업했다. 학벌이 아닌 순수한 기술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폴리텍대가 주목받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면서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자영업자를 비롯해 베이비부머, 신용불량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직업재활의 창구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 이사장(54)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업난 때문에 청년뿐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민도 크다”며 “묻지 마 창업보다는 새로운 기술 습득을 통한 재취업이 훨씬 안정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폴리텍대의 취업률이 매우 높은데…. “전국에 34개 캠퍼스가 있는데 2011년도 기준 평균 취업률 85.6%를 기록했다. 국내 170여 개 전문대 가운데 가장 높다. 교육과학기술부 취업률 공시에서도 1위부터 12위까지 모두 한국폴리텍대가 차지했다. 무엇보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 평균 연봉이 2316만 원으로 전문대 졸업자 평균 연봉 1994만 원, 중소기업에 들어간 4년제 대졸자 평균 연봉 2279만 원보다 많다. 취업의 질(質)이 높다는 의미다.” ―교육 과정에 특징이 있다면…. “실무 위주의 학사제도인 ‘FL(Factory Learning)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강의실로 옮겨온 것이다. 산학협력을 위해 교수 한 명이 10개 이상의 기업을 전담 관리하는 제도도 실시 중이다.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특화산업에 맞춤형 교육과정을 결합한 ‘플래그십(Flagship) 학과’도 있다. 또 2가지 이상의 기술교육이 결합된 융합형 기술인력 양성 과정도 올해 100여 개 학과에서 진행 중이다.”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었다. 이들이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 없이 창업에 나선다면 자영업 대란을 피할 수 없다. 전문기술을 습득해 재취업에 나서는 것이 안정적인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 경기 성남 등 9개 캠퍼스에 이들을 위한 16개 전문직종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는 34개 전 캠퍼스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다양한 취약계층 교육이 눈에 띄는데…. “경제력이 없으면 배울 기회조차 갖기 힘든 세상이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 가장 힘든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장애인 군인 여성 등을 위한 92개 전문 직종을 운영 중이다. 올해 3월에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국내 첫 기술학교인 ‘다솜학교’를 개교했다. 신용불량에 빠진 분들의 회생을 돕기 위한 특별과정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 학교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 같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국 경제는 제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인력 부족과 임금 인상, 생산성 둔화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기술교육, 직업교육도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녹색성장 및 미래 신성장동력 분야로 계속 학과를 개편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실무기술인력 2만 명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성호 동아일보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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