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학올림피아드’서 金 딴 비결은…

2012.07.17 00:00

장난감 대신에 자동차 번호판을 만지작거렸다. 달력을 좋아해 숫자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놀았다. 어머니는 아이가 걱정됐다. 사회성이 부족할까봐. 아이는 네 살 때 유치원에 갔다. 또래보다 조숙해 일찍 등록했다. 유치원 교사가 말했다. “좀 남다른 것 같아요. 수학적으로 머리가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이때부터였다. 부모가 아이의 수학적인 재능을 눈여겨보게 된 시점은. ○ 고민, 또 고민 아이는 지하층을 알리는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보고 마이너스라는 개념을 배웠다. 길거리를 가다 숫자가 나오면 주문을 외듯 구구단을 읊었다. 초등학교 진학을 앞뒀을 때쯤, 어머니는 걱정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시켜야 하나, 홈 스쿨링을 시켜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정했다. 일단 제도권 학교에서 교육을 시키자고. 그 대신에 수학은 집에서 가르쳤다. 철저히 흥미 위주로 했다. 수학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숫자 놀이라고 말했다. “건너뛰기를 해보자”면서 배수(倍數)를 가르치는 식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느 날 새벽에 잠에서 깬 어머니는 아이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봤다. 혼자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밤새도록 문제와 씨름했다고 했다. 중학교 수학 문제집을 가져다줬더니 물 만난 고기마냥 문제를 풀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중학교 과정을 다 마쳤다. 하지만 부모는 칭찬만 하지 않았다. 수학 공부는 하고 싶은 만큼 하되,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얘기했다. 다 아는 내용이라도 수업에서 배울 게 있다면서. 다행히 아이는 말을 잘 들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은 “수학 실력이 탁월한데 겸손하기까지 하다”고 칭찬했다. 별명이 애 늙은이. 이 아이는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수학문제에 빠져 보냈다. 중학교를 1년 조기졸업하고 서울과학고에 올해 들어간 김동률 군(15·서울과학고 1학년) 이야기다. ○ 지구 반대편에서 일 낸 아이들

김 군을 포함한 한국 고교생 6명이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사상 최초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1988년 제29회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래 25번째 만의 쾌거. 대회는 10, 11일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렸다. 100개국에서 548명의 영재가 참가했다. 이 대회는 1959년 루마니아에서 처음 열렸다. 국가별로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20세 미만 6명이 대표로 나서는 수학의 올림픽이다. 이틀간 하루에 4시간 반씩 대수, 기하, 정수론, 조합 등 6개의 고난도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시험은 각자 치른다. 문항당 7점씩 42점이 만점. 국가 순위는 개별점수를 합쳐서 매긴다. 김 군을 비롯해 서울과학고의 김동효 박태환 장재원(3학년) 박성진 군(2학년), 세종과학고의 문한울 군(2학년)은 모두 209점을 기록했다. 역대 대회에서 최다 1등을 차지한 중국이 195점으로 2위였다. 한국대표단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참가자 가운데 상위 10%만 받는다. 이 중 3명은 개인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교수는 “지난해 출전한 아이들도 뛰어났는데 올해 아이들은 좀 더 눈에 띄었다. 그래도 종합 1위까지 오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수상 소식이 16일 알려지자 김동률 군의 어머니 류정재 씨는 “고생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은 “네”라는 답문을 보냈다. 무뚝뚝하게 보이지만 하나를 파고들어 세계 정상에 오른 한국 청소년의 모습이다. 신진우 동아일보 기자 niceshin@donga.com   김희균 동아일보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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