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3대 명수 ‘삼타수’를 아시나요?

2012.07.04 00:00
얼음골과 얼음굴을 답사하면서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용리의 비슬산을 지나칠 수 없다. 비슬산의 유래는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흥덕왕 원년 도성국사의 문인(門人) 도의(道義)는 비슬산 입구에 있는 『유가사 사적(瑜伽寺 寺蹟)』에서 산 모양이 거문고와 비슷해 비슬산(琵瑟山)으로 불렸다고 기록했다. 일설에는 산꼭대기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비슬산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이곳은 너덜와 얼음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암괴류와 냉천이 있기 때문이다. 달성 비슬산 암괴류(琵瑟山 岩塊流)는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되어 더욱 방문해 볼 의미가 있다. 지정 구역은 99만2979㎡이다. ● 빙하기 기후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암괴류 암괴류란 큰 자갈 내지 바위 크기의 둥글거나 각진 바위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산비탈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하는데 바위들이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모습을 띠고 있으므로 ‘돌강’ 또는 ‘바위강’으로 부른다. 전용권 교수는 영국 다트무어, 미국 시에라네바다, 호주 타스마니아 암괴류가 유명하지만 비슬산의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참고로 비슬산 뿐만 아니라 경남 밀양 만어산, 부산 금정산도 우리나라에서 세계최대 규모의 암괴류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지질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볼 때 한국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비슬산 입구에 있는 사찰인 소재사(消災寺)를 지나 비슬산자연휴양림에 이르면 등산로 오른쪽으로는 암괴류가, 왼쪽으로는 너덜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암괴류는 해발 약 1000m 부근에 위치하는 대견사지 부근부터 시작되는데 여러 개의 암괴류가 각각 다른 산비탈을 따라 내려오다가 해발 750m 지점에서 합류하여 450m 지점까지 이어지는데 길이는 약 2㎞, 최대 폭 80여m에 달한다. 비슬산은 중생대 말 백악기 때 깊은 땅속에 뚫고 나온 마그마가 굳은 화강암으로 되어있다. 화산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안산암을 뚫고 마그마가 침투한 뒤 굳은 것으로 수천만 년 동안 지표가 깎여나가자 땅 속의 화강암은 차츰 지표로 드러났다. 이 화강암이 암괴류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자연의 얼음공정이다. 8만 년 전에서 1만 년 전 사이의 마지막 빙하기가 지구를 덮쳤다. 학자들은 당시 한반도는 빙하에 뒤덮히지는 않았지만 얼음의 영향권에 속했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툰드라 지역처럼 1년 중 9개월은 영하의 날씨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나머지 석 달 동안 지표면이 녹았지만 지표 밑에 영구동토층이나 기반암층이 있어 물이 빠지지 않아 마치 진창처럼 흙과 바위 등이 뒤섞이는 상황을 만들곤 했다. 이처럼 동결되고 녹는 상황이 빈번하게 반복되면서 진흙이나 물과 뒤섞인 거대한 바위가 비슬산 계곡을 따라 아주 느린 속도로 흘러 내렸다. 빙하기가 끝나고 빗물에 의해 흙이 모두 쓸려가고 거대한 바위만 남아 지금의 암괴류를 만들었다. 물론 현재의 비슬산 암괴류는 더 이상 발달하지도 않으며 큰 바위들이 움직이지도 않는 고정된 상태이므로 이런 단계를 ‘화석지형 단계’라 부른다. 암괴류와 너덜은 얼핏 보면 비슷한 돌 무더기가 쌓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너덜은 바위의 크기가 작고 각으로 된 반면 암괴류를 이루는 바위는 대체로 직경 1〜2m로 큰 편이다. 직경이 10m가 넘는 바위도 있다. 모서리가 풍화돼 둥글둥글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15° 안팎의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데 비해 너덜의 경사도는 30°로 높다. ● 풍화, 침식작용의 증거 ‘토르’ 비슬산을 답사하면서 대견사지를 빠뜨리지 말기 바란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는 대견사지는 신라 헌덕왕 때 보당암(寶幢庵)으로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각국사 일연스님이 고려 고종 4년(1227) 22세 때 승과 선불장에 장원급제한 뒤 초임 주지로 22년간 주석하면서 『삼국유사』 집필을 구상한 사찰이기도 하다. 필자가 『과학삼국유사』를 준비하는 동안 일연 스님의 유적지를 모두 답사하는 일정에 때문에 여러 번 방문한 곳이다. 게다가 이곳에는 부분 침식 작용으로 특이한 모습으로 변한 바위인 ‘토르(tor)’가 있기도 하다. 토르는 커다란 암석이 심층풍화로 인해 자잘한 물질이 제거되고 남은 대형 화강암다. 대견사지에 있는 거북바위, 부처바위, 형제바위, 스님바위 등이 토르이다. 특히 톱(칼)바위는 토르이면서도 대견사지까지 오르는 길에 있는 너덜의 형성과정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 대견사지를 올라가는 길은 휴양림 입구에서 1.5㎞ 밖에 안되지만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등산길로는 만만하지는 않다. 그러나 좌우로 너덜과 돌강이 수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한 시간정도 걸으면 주파할 수 있으므로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기 바란다. 한편 대견사는 전국에서 최초로 불교계와 지방자치단체인 달성군이 협약을 체결해 복원을 하고 길을 내고 있으며 2014년 초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4년부터는 크게 고생하지 않더라도 대견사까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대견사지에서 비슬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의 ‘고위평탄면’에는 참꽃 군락지가 있으므로 매년 참꽃축제를 열어 수많은 사람들을 감탄케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비슬산은 대구와 가까우면서도 암괴류, 너덜, 가마솥바위(나마), 돌알(핵석), 푸석바위, 판상절리, 탑바위(토르), 거북등 바위(다각형 균열바위), 고위평탄면 등 화강암 지형의 발달과정을 알 수 있는 천혜의 자연학습장을 가졌다. 게다가 비슬산 계곡은 너덜의 영향을 받아 바람이 시원하고 계곡물이 차가워 여름철에 사람이 몰린다. 달성군은 이와 같은 천혜의 자원을 이용하여 매년 12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인공적으로 얼음 동산을 만든다. 비슬산 휴양지 관리소의 김수현 선생은 국내에서 비슬산이 처음으로 얼음동산을 선보였다고 한다. 얼음동산을 만드는 곳은 음지 중에 음지로 겨울 햇빛이 고작 1〜2시간 정도 들어오는 곳이다. 더구나 계곡에서 항상 찬바람이 불어 얼음이 잘 녹지 않는데 평상적으로 4월 말에도 얼음을 볼 수 있다. 얼음 동산을 만드는 곳은 비슬산만이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겨울에 얼음 동산을 만들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 비슬산에 특별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은 얼음동산을 만드는 장소 중에서는 가장 남쪽이라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 좋은 물의 정의 ‘팔공덕수’ 얼음골과 빙혈, 풍혈, 비슬산 암괴류를 주파했으므로 한반도의 특이 지질 정보로 대부분 습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보를 기초로 서울로 돌아 오면서 우리나라 3대 명수에 도전한다. 첫 번째 명수는 속리산의 삼타수(三陀水)이다. 조선 초기의 학자 용재 성현(成俔, 1439〜1504)은 『용재총화』에서 여말(麗末) 대제학을 지낸 이행(李行)의 말을 빌어 우리나라에서 으뜸되는 물 맛으로 충주 달천수(達川水)를 첫 번째로 꼽고 다음으로 오대산의 우통수(금강연), 속리산의 삼타수(三陀水)를 마지막으로 삼았다. 달천수, 우통수, 삼타수를 우리나라 3대 명수라고 부르는데 대체 왜 이들을 좋은 물이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물이란 여덟 가지 공덕을 갖고 있는 ‘팔공덕수(八功德水)’를 의미하는데 아미타부처로부터 유래됐다. ‘아미타부처는 법장 비구로 수행하던 시절에 48대원을 세워 온갖 고통을 없애는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건설했다. 이곳에 있는 물은 사바 세계 물과 달라 공기처럼 의복이 젖지 않으며 물을 마시면 전신이 가볍고 상쾌해지고, 온 몸의 기운이 충만해지는 것은 물론 업장이 소멸된다. 이 연못을 찾기 위해서는 연꽃을 찾아야 한다. 연꽃에는 꽃마다 주인이 있는데 주인이 염불하고 있는 꽃은 찬란히 빛나고 그렇지 않으면 마르고 시든다. 이 연꽃이 떠있는 연못의 물이 바로 팔공덕수이다.’ 팔공덕수가 남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8가지 내용은 자료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칭찬정토경』은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① 고요하고 깨끗함 ② 차고 맑은 것 ③ 맛이 달다 ④ 입에 부드럽다 ⑤ 윤택하다 ⑥ 편안하고 화평하다 ⑦ 기갈 등 한령없는 근심을 제한다 ⑧ 여러 근(根)을 장양한다 반면에 『구사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① 달고 ② 차고 ③ 부드럽고 ④ 가볍고 ⑤ 깨끗하고 ⑥ 냄새가 없고 ⑦ 마실 때 목이 상하는 일이 없고 ⑧ 마시고 나서 배탈이 나는 일이 없는 것을 말한다. 선조들은 물맛도 까다롭게 구분했다. 같은 물이라도 산꼭대기에서 나는 물과 산 밑에서 나는 물의 맛이 다르고 바위 틈새에서 나는 물과 모래에서 나는 물의 맛이 다르다고 했다. 흙 속에서 나는 물은 맑으나 텁텁한 맛이 나는 것으로 생각했고 고인 물보다 흐르는 물, 양지쪽 물보다 응달에 있는 물을 더 맛있는 물로 쳤다. 황희 정승과 율곡 선생은 인생 각 부분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지만 물의 품평에도 단연 앞선다. 두 분은 맑고 무거운 물을 군자물이라며 맛있는 물의 덕목으로 꼽았다. 실제로 산소와 미네랄 양이 많은 물이 보통 물보다 무겁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있다. 유학자의 식견에 놀랄 뿐이다. 반면에 우남양(禹南陽)이란 선비는 물을 암물과 숫물로 구분해 숫물만 마셨다고 한다. 그는 샘물 중에 물빛이 맑아 물 밑이 훤히 보이고 가벼운 물은 숫물, 물 색깔이 희어서 물밑이 어둡고 무거운 물은 암물이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물이 좋은 물인지에 대한 논쟁은 결론이 없다. 정말 놀랍고 다양한 물 감식법이 아닐 수 없다. 시에 가끔 ‘설칭(舌秤)’이란 시어가 나오는데 직역하면 ‘혓바닥 저울’이다. 혓바닥으로 물맛을 보고 물의 가볍고 무거운 것을 잰다는 것인데 한국인에게 유별나게 발달한 물의 감식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 법주 약수로 불리는 ‘삼타수’ 한국의 명수 세 번째에 들어가는 속리산의 물을 삼타수라고 부르는 것은 천왕봉계곡, 문장대계곡, 묘봉계곡의 물이 지하에서 합수되어 흐르기 때문이다. 속리산의 물이 좋다는 것은 수많은 암자들의 이름이 물이 맑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수정동과 수정암을 비롯해 상류에 남산약수, 복천암, 탈골암, 상고암 등 물과 관련된 암자들이 위치하고 있다. 문장대 입구에 위치한 내속리면 사내리 복천암은 조선 세조가 기도를 올렸다는 유서 깊은 암자이다. 이곳 경내 큰 바위 밑에서 석간수가 흘러나와 복천암이라고 불렀는데 세조가 등창을 치료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세조의 등창은 단종의 어머니이자 세조의 형수인 현덕왕후가 꿈에 나타나 아들을 죽인 세조를 꾸짖으며 침을 뱉은 자리에 난 종기라는 설이 있다. 여하튼 세조는 이곳에서 목욕하자 병이 완치되었다고 한다. 복천암에는 신미대사부도(보물 1416호)가 있는데 화강암으로 된 높이 3.02m의 팔각원당형 부도로 기단 위에 탑신을 놓고 그 위에 옥개석을 덮었으며 정상에 상륜을 장식했다. 기단부는 8각형의 상·중·하대로 형성되었는데 별다른 조각이나 장식이 없고 상대 중앙에 탑신이 놓여 있다. 탑신은 공 모양으로 아무런 조각이 없으나 원을 그린 곡선이 부드럽고 안정감이 있다. 옥개석은 8각형으로, 상단부는 낙수면이 급경사를 이루고 하단부는 다소 완만하다. 상륜부는 옥개석 정상에 보주만을 조각하였다. 법주사 동쪽 3㎞ 지점에 있는 탈골암도 약수와 관련이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신라김씨의 시조인 알지(閼智)의 이야기를 전한다. 알에서 태어나 알지라고 불린 이 사내는 자신의 용모가 닭과 비슷함을 한탄했다. 그러던 중 ‘속리산에 좋은 약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가 약수를 마시고 용모가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으므로 이 전설을 따라 탈골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진표 율사가 처음 속리산에 와서 이곳에 암자를 짓고 수도하여 해탈하여 탈골암이라 명명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암자들의 물도 좋지만 복천암이나 탈골암의 약수가 시작되는 곳이 삼타수의 발원지이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 물의 근원을 추적했다. 그들의 공은 헛되지 않아 속리산 천왕봉 바로 아래에 있는 신라 때 암자인 상고암(上庫庵)으로 정할 수 있었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의 상고암에는 대부분의 속병은 씻은 듯 고쳐준다는 신비한 약수가 있는데 바로 이 물이 삼타수의 발원이라는 설명이다. 필자가 상고암을 찾아 성중 스님에게 삼타수의 발원지를 찾아 왔다고 하자 예전부터 약수가 유명하긴 했지만 이 물이 삼타수의 발원지인지는 몰랐다며 직접 안내했다. 약수 뒤의 바위에 팔공덕수라는 각자(刻字)가 있어 과거부터 삼타수가 상고암 약수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팔공덕수가 ‘八功德水’가 아니라 ‘八攻德水’로 잘못 새겨져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상고암 팔공덕수는 제2의 김정호로 불렸던 고 이형석 박사가 물의 혼탁도를 측정하는 TDS(total dissolved solids) 수질측정기로 수질을 측정한 결과 0.01ppm으로 매우 깨끗한 물이었고 pH는 7로 중성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성중 스님이 먼 길을 왔으니 물을 마셔보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갈증이 한 바가지 가득 떠서 마시자 맑고 시원한 감을 느꼈지만 솔직하게 말해 선인들이 설명한 팔공덕수의 진정한 맛을 음미하지는 못했다. 한국의 명수를 평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므로 아무쪼록 명수의 진수를 평할 수 있는 전문가가 물맛을 보고 삼타수의 진가를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하튼 시원한 물은 갈증을 한껏 풀어주었고 팔공덕수를 현장에서 마실 수 있었다는 데 한없는 기쁨을 느꼈다. 참고로 복천암의 수질은 0.3ppm, pH 7.2였고 탈골암은 0.6ppm, pH는 7.2로 상고암의 약수와는 수질이 다소 다르다. ● 삼타수의 의미와 발원지를 찾으려는 노력 삼타수의 발원지는 워낙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상고암이 아닌 다른 곳이 삼타수의 발원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제기해 수많은 사람들이 속리산의 샘물 찾기에 나섰다. 김하돈은 상고암의 팔공덕수와 천왕봉 사이, 즉 상고암보다 위에서 샘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삼타수의 발원지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인데 여름에는 물이 있지만 건기에는 마른다는 문제가 있다. 필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건기가 아닌 듯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지만 발원지는 ‘늘 마르지 않는 샘의 조건’을 갖고 있어야 하므로 이곳은 삼타수의 발원지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하돈은 더불어 이곳보다 조금 아래인 상고암 바로 윗 쪽에 고산습지가 있으므로 다른 샘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지만 필자는 찾지 못했고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상고암 팔공덕수가 아닌 다른 곳의 삼타수 발원지를 찾는 작업은 계속되어 충청타임즈는 2008년 5월 천왕봉 바로 아래 봉수대터에서 샘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상고암 팔공덕수는 해발 약 940m인데 천왕봉 샘물은 해발 1020m로 ‘하구 또는 합수점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샘물 형태의 시작점’이란 발원지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오는 물줄기는 속리산 천왕봉에에서 물이 세 갈래로 나누어져 동쪽으로 낙동강, 남쪽으로 금강, 서쪽으로 흘러 북쪽으로 꺾이는 것은 달천(한강)이 된다. 즉 한강(달천), 낙동강, 금강이 하나의 물줄기였는데 천왕봉을 비롯한 속리산 연봉들이 지각변동으로 새롭게 생겨나면서 서로 분리돼 다른 물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반면에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괴산군을 거쳐 충주시로 흘러드는 기다란 하천을 달천 또는 달래강이라고도 한다. 이 부분은 달천수에서 다시 설명한다. 속리산에서 물줄기가 셋으로 나뉘어 진다는 내용은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채 가설로만 있었는데 1990년 속리산종합학술조사에서 ‘종개의 분포’로 입증되었다. 종개는 민물에 사는 물고기의 일종으로 한강과 금강 이북에서만 발견되는 ‘북방계 어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남방계 수계인 속리산 동쪽 낙동강 최상류에서도 이 물고기가 채집됐다. 지각변동 이전에는 이들 세 물줄기가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물줄기를 나누는 분수령(分水嶺) 혹은 분수계(分水界)는 많지만 삼타수(삼파수)로 불리는 곳은 오로지 속리산(천왕봉) 뿐이다. 학자들은 지질학으로 따졌을 때 세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이 상고암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3대 명수 중 하나인 삼타수의 발원지는 상고암 샘물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즉 ‘삼타수’라는 말이 명수를 거론할 때와 물줄기를 거론할 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삼타수 또는 삼파수를 ‘물길을 세 갈래로 나눈다’는 의미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속리산 삼타수는 속리산 내의 세 곳 약수를 지칭하든지 아니면 세 강의 발원이 되는 샘물 중 어느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행(李行)이 비교한 세 곳의 물이 모두 한강수계임을 감안하면 남한강 지류인 달래강의 발원지내 샘물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삼타수의 타(陀)자가 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란 점에서 옛날 속리산에 있던 어느 사찰과 연계될 가능성도 극히 높다. 결론을 말하자면 과거의 달래강 발원지로 알려진 상고암 약수에 팔공덕수라는 각자(刻字)가 있는 것을 볼 때 이곳이 한국의 3대 명수 중 하나인 삼타수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속리산 법주사와 수정암 사이 냇물가를 삼타수라 부르기도 한다. 일명 법주약수 또는 옻샘이라고 부르는데 옻샘이라고 부르는 것은 옻오른 사람이 이 물로 목욕하면 씻은 듯이 낫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3대 명수 중의 하나인 삼타수의 근원인 상고암의 물을 한껏 마신 후 상고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조선 순조의 태실을 찾았다. 왕의 아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므로 태를 길지(吉地)에 안장하는데 이를 태실이라고 한다. 정조의 아들로 태어난 순조는 처음부터 이곳에 태를 안치했다가 왕이 되자 태실비를 웅장하게 장식했다. 비석 받침인 거북 모양의 받침대와 난간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인데다 다소 경사가 급한 고지대에 위치하므로 등산차비로 단단하게 무장한 후 도전하기 바란다. (5회에 계속)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과학저술가 mystery123@korea.com 참고문헌 : 『이형석의 문화유산 답사기(2)』, 이형석, 홍익재, 2006 「이슬이 모여 흐르는 강, 달내」, 김하돈, 참세상, 2008.04.01 「돌 흐르는 강, 비슬산」, 조홍섭, 네이버캐스트, 2010.05.05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대구 달성군」, 박태홍, 네이버캐스트, 2010.11.15 「달래강의 숨결 <3> 속리산 삼타수는 천왕봉이다」, 김성식, 충청타임스, 2008.05.14 「달래강의 숨결 <4> 새 발원지 찾다」, 김성식, 충청타임스, 2008.10.08
이종호 박사(사진)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페르피냥 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중이다. 저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과학이 있는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노벨상이 만든 세상’ ‘로봇, 인간을 꿈꾸다’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등 다수다.
※ 편집자 주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더사이언스’(www.thescience.co.kr)가 공룡유산답사기에 이어 국내에서 신비한 현상을 보이는 지형을 찾아가 보는 과학유산답사기 2부를 연재합니다. 얼음골, 풍혈 등은 30℃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찬바람을 내뿜는 장소입니다. 상식과 달리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있기도 합니다. 더사이언스는 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에 있는 얼음골 관련 지역에 대한 기사를 매주 1회 더사이언스를 통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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