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죽마에 올라탄 헛소리!’

2012.07.01 00:00
10년 넘게 감비아를 통치해 온 야햐 자메 대통령은 어느 날 자신이 ‘에이즈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어이없게도 이 치료법은 감비아 보건부의 승인까지 받았는데, 보건부 장관이 나서 “모든 이를 100% 치료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치료법은 ‘성분을 알 수 없는 크림을 한 번 환부에 문지르고, 어떤 약을 한 번 얼굴에 한 번 뿌리고, 탁한 액체를 한 번 마시는 것’ 이었다. - 본문 중 축약-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메 대통령이 개발한 치료법은 ‘가짜’ 일 확률은 매우 높다. 현재 어떤 첨단 의료 연구기관에서도 에이즈 완치법을 개발한 사례는 없다(물론 병의 진행을 중단 시키는 약은 시중에 나와 있다.) 평소엔 정치 활동에 주력하다가 ‘목요일은 에이즈 치료의 날’로 지정해 이날만 국민들에게 은총을 베풀던 대통령이 정말로 이런 치료법을 처음 알아 냈을까. 만의 하나 이 방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자메 대통령은 마땅히 치료 방법과 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그 방법을 따라 약을 만든다면 동일한 효과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자메 대통령은 “나는 사람들을 확신시킬 필요가 없다. 치료할 수 있으면 그만이니 굳이 설명하지도 않겠다”면서 해설을 기피하고 있다. 이탈리아 페라라 대학에서 유전학으로, 미국 코네티컷 대학에서 식물학으로, 그리고 테네시 대학에서 과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뉴욕시립대 교수 ‘마시오 피글리우치’가 자신의 저서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를 출간했다. 지난달 25일 번역 신간으로 국내에 첫 소개된 이 책은 ‘과학의 탈을 쓴’ 비과학의 세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피글리우치 교수는 유전학과 식물학을 연구한 전문가로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의 비과학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책의 원제목은 ‘넌센스 온 스틸트스(Nonsense on stilts)’이다. ‘죽마에 올라탄 헛소리’란 뜻으로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한 말을 인용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이비 과학’의 퇴출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앞의 예에서 설명산, 일국의 최고통수권자인 ‘자메 대통령’에게는 “국제 범죄자’로 기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등, 비과학적인 행위를 과학으로 포장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배척한다. 피글리우치 교수의 새 저서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가 출간과 동시에 한국사회에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불거진 진화론 논란 때문이다. 창조론을 신봉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는 과거부터 집요하게 “국내에서 사용하는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의 ‘시조새’에 관한 기술을 삭제해달라”고 청원해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충분한 검토 없이 이 주장을 교과서 출판사에게 전달했고, 일부 교과서 출판업자들은 실제로 시조새 기술 부분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사실이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이 보도되자 한국은 ‘비과학적인 나라’라며 국제 망신을 사고 있다. 피글리우치 교수는 이 책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를 통해 창조론을 자메 대통령의 에이즈 치료, 점성술 같은 ‘사이비 과학’의 범주에 넣고 ‘과학으로 볼 수도 없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진화론과 창조론 논쟁을 다루는 분야에선 미국에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진행된 지적설계론(창조론) 소송을 예로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결과는 정교분리 조항에 근거한 창조론자들의 패배였다는 사례, 그리고 당시 사건을 맡은 존스 판사의 판결문을 응용해 ‘초자연적 인과성’, ‘오류와 비논리성’ 등을 근거로 창조론이 과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시종 비과학의 오류를 ‘과학이 아닌 다른 어떤 언어’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그는 “무엇이 과학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 ‘말 한 마디’를 위해 공부할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과학의 본성과 한계, 혹시 있을지 모를 논리적 오류, 대중의 심리 작용, 그리고 정치학과 사회학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하다. 과학적 사고방식과 상식이 충분하지 않은 대중이 과학과 비과학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도, 더 과학적일 수 밖에 없는 해설을 모두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이 아닌 것’을 종류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에이즈 치료’ 사례부터 시작해 점성술, 점성술, UFO, 초자연현상, 창조론 등을 과학으로 간주하기도 어려운 ‘사이비’로 구분한다. 저자는 얼핏 보기에 과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학문조차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책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도전하고 있는 몇 개 분야를 정해 ‘거의 과학’이라고 구분해 소개하고 있는데, 외계행성과의 통신방법 연구(SETI 프로젝트), 끈 이론, 양자역할의 다중 해석(다중우주), 진화심리학 등을 과학의 범주에서 분리해서 생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저자는 과학인지, 아닌지를 아직 결론내리기 힘든 분야도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이 사례로서 주장하고 있는 분야가 ‘기후변화 전쟁’ 이다. 즉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정설과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인간의 활동 보다는 자연적인 사이클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상충되고 있지만, 아직 어느 쪽도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러니 이럴 때는 ‘과학은 아니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 환경오염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한다. 그는 대중에게 과학소식을 전해야 하는 언론과 정치, 법정의 각성 역시 촉구했다. UFO 문제를 다룬 ‘워싱턴 포스트’, ‘AP 뉴스’, ‘ABC 뉴스’ 등 미국의 유명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얼마나 뒤죽박죽인지를 사례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적 통찰이 부족한 국내 지식인, 언론인들에게 과학적 관찰력과 사고를 키우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과학의 ‘탈바꿈’ 현상은 국내에서도 미국 못지않게 많다. ‘기(氣)로 환자를 치료한다’ 거나 ‘음양오행을 통해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비과학이 심심찮게 과학의 탈을 뒤집어쓰며 대중을 유혹하고 있다. 이들에게 떳떳하게 메스를 가하지 못하는, 혹은 정말로 그들이 과학이라고 착각하고 무작정 따르고 있는 ‘무매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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