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오세정]과학기술 대선공약 아직도 안 보인다

2012.06.29 00:00

12월 19일로 예정된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 후보자를 심층 검증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후보자 결정이 지체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후보자의 신상 검증만이 아니다. 후보자가 내세울 주요 국정 공약에 대해서 유권자와 전문가들이 검토할 시간도 부족해진다. 후보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덩달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 주요 정책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마지막 시간 쫓겨 졸속 가능성 대표적인 예로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를 들 수 있다. 총선 전만 해도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 과학기술부의 독립이니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의 부활이니 하는 논의가 상당히 활발했었는데, 요즘 와서는 오히려 뜸하다. 주요 대선 정책에 관한 논의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마지막에는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같은 부처가 부활하느냐 마느냐는 이슈 못지않게 부활한다면 ‘어떤 형태’로 ‘어떤 기능’을 갖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중요하다. 즉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조직개혁이 중요한 것이다. 이들 부처가 폐지된 5년 전과는 여러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으므로 같은 간판을 내걸더라도 조직이나 구성은 크게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에서는 이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떨어져나갔고, 정보기술(IT) 산업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5년 전과 같은 형태의 정보통신부가 부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수준은 이 부처들을 부활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정도의 피상적 이야기에 불과하고, 정말 중요한 실질적인 알맹이는 논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전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 그나마 정부부처 조직개편은 분명한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대로 논의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정부조직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과학기술 분야만 보더라도 원자력 문제, 출연연구소의 역할 정립, 기초연구와 응용개발연구의 균형 및 연계, 비정규직 연구원 처우개선을 비롯한 이공계 인력의 보존 및 양성 등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고민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과학기술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여러 사회적인 이슈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킬 것과 바꿀 것 구분해야 애석하게도 이런 쟁점들에 대해 어느 대선 후보자나 정당도 심각하게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 같지 않고, 아직 논의의 시발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5년에 한 번 있는 대통령선거가 일상에 묻혀 거론하기 어려웠던 근본적인 문제들을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어 한번 크게 정리하는 의미도 있을 터다. 잘못하면 이번 선거는 그런 역할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번의 대선에서 이처럼 준비 없이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졸속으로 공약이 결정되면서 결국 많은 후유증을 낳는 것을 보았다. 특히 ‘변화’와 ‘개혁’이라는 의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켜야 할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뜯어 고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의 2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한 국가로 이처럼 후진적인 행태에서 이제 졸업해야 한다. 전(前) 정부가 한 일이라도 장기적인 방향이 옳으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성숙함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과학기술 분야에서 몇 가지 정책 기조는 유지하기를 바란다. 첫째, 지속적인 국가연구개발 투자다. 물론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복지예산의 수요가 늘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으나,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기초원천 연구를 통해 한국의 연구개발을 선진화하는 일이다. 선진국의 기술을 빨리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개발을 넘어서서 세계를 앞서가는 선도형 연구개발을 해야만 우리나라가 당당히 선진국의 일원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연구개발과 고등교육의 연계성을 높이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첨단 연구개발과 우수인재 양성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서로 분리할 수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분리되더라도 기초원천 연구개발과 고급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기관은 통합된 형태로 존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만 해도 다음 정부가 준비해야 할 정책이 이렇게 많이 있다. 대선 후보자의 결정은 여러 정치적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주요 대선 공약을 내놓고 검증받아야 한다. 오세정 객원논설위원·기초과학연구원장 sjoh@mull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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