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중독자 양성하기…정답 강요가 아닌 참여, 몰입이 관건

2012.05.14 00:00
청소년 범죄가 터질 때마다 원인 중 하나로 ‘게임’이 꼽힌다. 게임 속의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어리석은’ 청소년들이 사고를 냈다는 분석때문이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해 청소년이 특정 시간 이후 온라인 게임을 못하도록 하기 위한 ‘셧다운 제도’가 여전히 논란이다. 성인에게는 도박이 그렇다. 최근 승려들이 도박을 벌인 사태는 외신을 타고 ‘해외 토픽’이 됐다. 해외에 원정 도박을 나갔다 들킨 연예인들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다가 대중들로부터 잊혀진 사례도 빈번하다. 게임과 도박, 대표적으로 ‘중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명사들이다. 재미있으니까 중독 되고, 중독 되니 ‘본업’은 잊고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 ‘중독성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자’ ‘게임은 악의 근원’ ‘게임을 규제하자’는 논리가 대세인 시점에서 게임을 이용하자는 주장을 담은 책이 번역됐다. 이달 1일 초판이 발행된 ‘게이미피케이션: 웹과 모바일 앱에 게임 기법 불어넣기’를 11일 받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게임의 기법을 활용해 ‘하기 싫은 일’들을 해보게 만들어보자는 ‘기능서’다.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들은 스마트폰, 태블릿,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춰 게임이 갖고 있는 순기능을 활용해 일종의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하자는 주장과 함께 사례 연구와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했다. 저자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유저를 몰입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속성 중에 ‘놀고자 하는 본성’을 최대한 이용해 보자는 것이다. 즉 물건이든 서비스든 파는 측이 사는 사람들의 놀고 싶은 마음을 건드려, 결국은 ‘구매’에 이르게 하자는 말이다. 사실 게임을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온 건 오래전 일이다. 이 책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게임과 관련된 마케팅 연구 방법들을 종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누구나 들어보고 알고 있는 듯한 얘기를 조금 더 체계화 해보자는 시도로 생각된다. ●게임의 핵심은 ‘몰입’ 이 책에서는 게임의 특징 중에 ‘몰입’(engagement)을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장소, 물건, 생각 등과 관계를 유지하는 기간’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유저들을 몰입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돈을 쓰고 나서 몰입을 하는 게 아니라 몰입을 한 뒤에 돈을 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게임에 몰입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흥미롭게도 ‘몰입’에 성공한 게임들은 완전히 참신한 것들이 아니었다. 대체로 이미 대중들에게 충분히 알려진, 어찌 보면 ‘재탕’에 가까운 것들이다. 저자는 농작물 심기, 식당 서빙, 미용하기, 비행기 착륙시키기 등을 성공 사례로 든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수년간 사이에 유행한 게임인 ‘앵그리 버드’, ‘카트라이더’, ‘뿌까 레스토랑’ ‘고스톱’ ‘프로야구’ 등도 디자인과 이름이 바뀌었을 뿐 과거부터 있던 내용들이다. 어찌 보면 진부한 게임들에 사람들이 몰입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게임의 재미는 주제가 아니라 메커니즘에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 세계의 슬롯머신 종류가 엄청 만치만 작동 메커니즘은 큰 차이가 없다. ●기존 교육용 게임은 ‘몰입’에 실패 vs 성공한 게임의 SAPS 전략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에듀테인먼트’라는 명목 하에 수많은 게임을 만들었지만 그리 성공한 작품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게임용으로 개발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와 ‘문명’은 긍정적인 부작용으로 ‘교육’ 효과를 가져왔다. 저자는 “(교육용 게임들이) 부모님과 선생임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단순히 게임에서 기계적으로 추출한 재미 요소를 교육용 소프트웨어에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부모나 교사 보다 게임에 훨씬 능숙한 아이들이 이러한 의도를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집착할만한 보상책이 있다면 사용자들은 몰입을 하게 된다. 즉, 중독이 된다. 저자는 지위(Status), 접근권(Access), 권력(Power), 물품(Stuff) 등 4가지를 대표적인 보상책으로 제시했다. 게임에서의 순위는 ‘지위’를 말해준다. 게임 상급자에게 주어지는 할인권, 프로게이머 등과의 만남 권한 등이 ‘접근권’이다. 게임 속에서 다른 사용자를 지배할 권리, 포름 등에서 관리업무를 하는 것 등이 ‘권력’이며, 경품 등은 ‘물품’에 속한다. 결국 게임에 몰입 또는 중독시키는 것은 ‘주제’ ‘소재’가 아니라 ‘매커니즘’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하드 코어’ 지식인 과학에 적용하면? 이 책에서는 게임 방법으로 ‘교육’ ‘체력단련’ 등에 적용하는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시도는 많았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분야다. 일부 성공사례 분석을 통해 흥미를 통해 ‘고통스러운’ 작업인 공부와 운동에 몰입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과학에 적용한 사례를 이 책에서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달리기해서 살 빼기’보다 훨씬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과학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과학 쪽에서 게임을 이용해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된 것은 ‘폴드잇(FoldIt)’이라는 집단 연구 게임이다. 이 게임은 2008년 5월 데이빗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 팀이 제작했다. ‘흔들기’ ‘구부리기’ ‘다시 만들기’ 등의 기능을 이용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더욱 효율적인 형태로 바꾸는 게임이다. 접힘 현상의 효율이 좋아질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게임에는 10만 명 이상 참여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9월 ‘네이처 구조 분자생물학’에 발표됐다. 최근 국내에서는 프로야구에서 4할대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연구한 ‘백인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과학자와 비과학자 등 58명이 참가해 3개월가량 진행했다. 게임화된 것은 아니지만, 다수가 참여해 흥미를 갖고 진행된 공동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폴드잇, 백인천 프로젝트의 사례는 다수를 어떻게 골치 아픈 과학적 주제로 이끌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저자가 지적하듯, 주제자체에 대한 강조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무엇인가 보상을 받는 구조가 성공의 열쇠로 보인다. ‘과학대중화’라는 주제로 과학계는 수 십 년 이상 막대한 자금을 사용했다. 그러나 ‘과학 문맹 조사’ 결과를 보면 ‘과학’을 ‘대중화’하는 것은 정말 요원해 보인다. 아마도 정답이 있는 과학 숙제의 문제를 강요했기 때문에, 훌륭한 과학자들의 과학 강의를 주입 받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 책에서 내세우는 방법들이 아직 확증된 것은 아니지만 몰입 과정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과학에서도 ‘의도한 정답 찾기’가 아닌 ‘문제 찾기, 함께 풀어가기’를 내세운다면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과학의 문제풀이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광우병, 원자력 이슈 등의 해법 찾기에도 게임 방법을 한번 도입해볼만 하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