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대안 ‘해저도시’… 시속 1000km 바닷속 KTX 꿈 아니다

2012.04.27 00:00

#1 지구온난화로 육지가 바다에 잠기고 있다. #2 핵전쟁 발발로 지구 대륙의 대부분이 방사성물질로 오염됐다. 당신은 훌륭한 과학기술자고 정치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조치를 취해 시민들을 구해낼 것인가. 우선 우주나 제2의 지구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물과 산소가 존재하는 제2의 지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우주로 가기보다는 바다로 눈을 돌려보자. 해저도시를 건설한다면 인류 멸망의 위기는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과학과 공학을 총동원하면 해저도시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수면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아른아른 비치는 창밖으로 대왕오징어가 지나다니는 해저도시, 바닷속에서 비행기 속도인 시속 1000km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로 이동할 수 있는 해저터널 건설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 내부 1기압 유지가 관건 해저도시를 지으려면 일단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어야 한다. 수심 200m 이하의 대륙붕이 적당하다. 서해(황해)처럼 탁한 바다는 안 된다. 지진 위협과 조산활동이 없는 평탄한 곳이어야 한다. 적당한 곳을 찾았다면 그 다음은 압력과의 싸움이다. 해저도시의 외부는 바닷물의 압력을 버텨내야 하며 동시에 도시 내부는 육상과 동일한 1기압을 유지해야 한다. 수심 약 100m에 해저도시를 짓는다면 수압은 약 11기압(수심 10m당 1기압)이다. 어마어마한 압력을 버틸 수 있는 최적의 형태는 돔 구조다. 이필승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돔 구조는 구조물의 하중을 지탱하는 내벽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의 건설 재료로 최대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는 심해잠수정에 사용되는 고강도 플라스틱 수지인 ‘메타크릴 수지 글라스’를 이용하는 게 적절하다. 일본의 심해잠수정 ‘신카이6500’의 벽면 설계를 참조하면 수심 100m의 수압을 버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수심 6500m에서도 해저탐사가 가능한 이 잠수정은 전방과 측면 관측창에 7cm 두께의 메타크릴 수지 글라스를 두 겹으로 끼웠다. 건물이 완성되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과 산소, 에너지 발생 장치가 필요하다. 식수와 생활용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기술력에서 앞서 있는 해수담수화설비로 조달할 수 있다. 전기에너지는 육상의 에너지를 공급받는 해저케이블과 파력 조력 풍력발전설비를 함께 갖추는 게 안정적이다. 해저도시 건설작업에는 로봇기술이 총동원돼야 한다. 전문 잠수부라도 잠수병 때문에 장시간 작업하기 어렵다. 절단 수송 용접 등을 수행하는 유선조종로봇(ROV)은 이미 개발돼 활용하고 있다. ○ 토목공학과 유체역학의 하모니 대륙 간, 해저도시 간 이동은 바닷속 터널로 가능하다. 최첨단 토목공학과 유체역학이 결합하면 된다. 음파를 통해 해저 지반을 조사하고(비파괴실험) 지반 특성에 맞는 터널링 공법을 사용해 지반 아래를 뚫는 해저터널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과 일본 세이칸터널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태평양의 깊은 수심과 수심 1만 m를 넘는 해구(海溝), 불안정한 조산대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지반 특성에 따라 해저터널 해중터널 침매터널을 연결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침매터널은 터널 구조물을 육상에서 만들어 해저 지반 위에 조립 및 설치하는 방식으로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의 일부 구간이 세계 최장이다. 해중터널은 바닷물 속을 뚫고 지나가는 터널이다. 터널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바닷물의 부력을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 최근에는 동북아 경제권역 활성화를 위해 한국과 중국을 잇는 물류 터널로 해중터널이 거론되고 있다. 해중터널은 조류압, 파력, 지진해일(쓰나미), 선박 충돌 등 해양의 다양한 위협 요인을 제어하는 게 핵심기술이다. 이를 위해 고도의 계산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와 첨단 유체역학 지식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슈퍼컴은 지진이 발생하면 언제, 어느 방향으로 지진해일이 오는지 정확히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 위성에서 주로 쓰이는 자동위치제어장치의 추진력을 이용해 외부에서 받는 힘을 상쇄해 해중터널 구조물의 위치를 잡아주는 데 유체역학이 동원된다. 한상훈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빙하침식 지형인 피오르가 많은 노르웨이나 중국이 해중터널 연구를 하고 있다”며 “태평양을 횡단하는 바닷속 터널 건설도 비용과 시간이 충분하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동아 5월호에는 해저도시와 건축, 길이 3km에 이르는 대형선박 설계 기술, 초고속으로 달리는 배 등 불가능해 보이는 해양 미션들이 상세하게 소개된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