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숭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2012.02.12 00:00
‘소리 없는 아우성’은 문학 속에만 있는 은유인 것일까. 최근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을 내놓은 연구가 나왔다. 현실에도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 훔볼트주립대 인류학과 머리사 람시에 교수 연구팀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로 소통하는 최초의 영장류를 찾았다고 생명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 8일자에 발표했다. 그 영장류는 바로 사람 손바닥만한 크기에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안경원숭이’다. 람시에 교수는 필리핀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안경원숭이를 발견했다. 그는 이 원숭이가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초음파’로 소통한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원숭이가 듣고 말하는 소리의 주파수를 파악하기 위해 필리핀 민다나오와 보홀, 레이테 섬에서 안경원숭이 41마리를 포획했다. 소리의 주파수를 조절하며 안경원숭이 6마리에게 ‘청성뇌간반응검사(ABR)’를 실시했다. ABR은 소리를 인지할 때 발생하는 청세포의 전기신호를 감지하는 검사다. 두피에 전극을 붙이고 전기 신호를 분석해 소리 인식 여부를 확인한다. 그 결과 안경원숭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최댓값인 20kHz를 크게 벗어난 범위인 91kHz인 소리까지 인식할 수 있었다. 또 자유롭게 대화하는 안경원숭이 35마리에게 박쥐나 고래 연구에 쓰이는 특수 마이크를 달아 초음파의 주파수를 확인한 결과 67~79kHz의 소리 즉, 초음파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람시에 교수는 “안경원숭이는 초음파를 내는 여치를 잘 잡아 먹기 위해 초음파를 듣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경원숭이는 작아서 포식자가 등장했을 때 더 위험하다”며 “적에게 들키지 않으면서 소통하려고 초음파를 내도록 진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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