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한양대 류마티스병원

2011.12.26 00:00
[동아일보] 국내 첫시도 조혈모세포이식 벌써 10번째 성공

이강희(가명·30·여) 씨는 류머티스 관절염 때문에 2006년 직장을 그만뒀다. 동네 병원에서 신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무릎에서 시작된 관절염은 한 달 만에 목과 턱까지 번져 입을 벌리기도 힘들었다.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자 가족은 이 씨를 휠체어에 태워 한양대 류마티스병원을 찾았다. 내과 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6개 진료과로 구성된 치료팀은 혈액검사에 들어갔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일부가 인체 내 정상세포까지 공격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비정상적인 T세포를 억제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비정상적인 T세포만을 억제하는 약물을 구할 수 없었다. 치료팀을 이끌던 배상철 교수(내과·현 류마티스병원장)는 비상수단을 썼다. 미국 제약회사에서 임상시험 중인 약물을 구했다. 환자가 복용했을 때 부작용을 일으키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치료팀은 회의를 열고 당시까지 쌓아놓은 임상 데이터를 봤다. 치료팀은 이 씨가 복용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투약을 결정했다. 이 씨는 5년간의 투병생활을 끝내고 올해 직장으로 돌아갔다. 이 씨가 복용했던 약물은 최근에야 시판이 허가됐다. 배 교수는 “최종 임상 결과를 기다렸다면 이 씨는 고통을 견뎌내지 못했거나 수차례에 걸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18명으로 구성된 치료팀은 고난도 치료와 맞춤형 진료로 명성을 쌓았다. 치료팀을 찾은 환자는 올 한 해에만 10만 명을 넘어섰다. ○ 매번 국내병원 신기록 세워 류머티스 질환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다.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계가 이상을 일으켜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병으로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자가면역 질환은 특정 장기에 발생하는 장기 특이적 자가면역병, 증상이 전신에 나타나는 전신성 자가면역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과 루푸스는 후자에 속하는 난치병이다. 치료팀은 여기에 도전하면서 국내 의료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왔다. 치료팀은 2002년 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시술에 들어갔다.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조혈모세포 이식은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당시 온몸에 홍반이 생겼던 김이수(가명·25) 씨는 이 시술을 받았다. 온몸이 붓고 복수가 차는 등 루푸스 말기 증세를 보이다가 생명을 구했다. 치료팀은 조혈모세포 이식에 부담을 느꼈다. 국내에서 이 시술을 받고 치료된 사례가 없는 데다 시술 이후 합병증으로 김 씨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단계에서는 면역억제제를 투입했다. 김 씨는 무균실에서 한 달간 면역억제 약물 주사를 맞았다. 김 씨의 자가항체세포는 이때부터 활력을 잃었다. 자가항체가 활동을 중단했을 때 치료팀은 김 씨 골수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조혈모세포를 뽑았다. 그 이후 면역활동에 관여하는 세포만을 걸러내 냉동 보관했다. 두 번째 단계 시술은 1단계 이후 한 달간 휴식한 뒤에 진행했다. 입원실에 누워 있던 김 씨는 수술대에 다시 올라갔다. 첫 단계보다 더 강력한 면역 억제제 주사를 맞았다. 치료팀은 모든 면역세포의 기능을 정지시킨 뒤 첫 단계에서 뽑은 조혈모세포를 김 씨 체내에 투입했다. 2단계 시술이 끝난 뒤 체내에 들어간 조혈모세포는 더는 자가항체를 만들지 않았다. 조혈모세포의 활동으로 김 씨의 체내에서 정상적인 면역세포가 늘어나자 김 씨는 목숨을 잃을 고비를 넘겼다. 김 씨는 올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자리도 구했다. 정상인으로 돌아간 것. 그는 요즘도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올해까지 한양대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자가면역 질환자는 10명. 치료팀이 이 시술을 새로 할 때마다 매번 ‘국내 신기록’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 다양한 질환에 맞춘 클리닉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는 관절 부위뿐 아니라 다른 장기도 다칠 수 있다. 적혈구 감소로 빈혈이 생기거나 혈관이나 폐, 심장 내벽에 염증이 생긴다. 자가면역 질환도 병의 경과에 따라 80가지 이상으로 분류될 정도로 증세가 다양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료팀은 8개 클리닉을 운영한다. 물론 협진체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배 교수를 비롯해 유대현 전재범 김태환 이혜순 성윤경 최찬범 방소영 교수 등 7명이 전담한다. 배 교수는 루푸스 클리닉도 함께 운영한다. 강직성척추염, 통증, 경피증, 족부 질환에도 클리닉이 따로 있다. 진료팀을 방문한 환자의 60%는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병 판정을 받는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내과에서 장기 치료를 받는다. 무릎 손발에 생긴 관절염이 심하고 내과 치료가 불가능할 때는 정형외과에서 인공관절 삽입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는다. 치료팀을 찾는 환자의 90%는 여성이다. 이 때문에 치료팀은 여성의 감성에 맞는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규훈 교수(재활의학과)는 “치료팀이 정기적으로 뮤지컬을 관람하며 팀워크를 다지는데, 섬세한 감성을 가진 여성 환자를 치료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위용 동아일보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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