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길 비켜주기’는 법이다

2011.12.12 00:00
[동아일보]

소방차나 119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9일 시행됐다. 이를 규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새로운 생활규범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운전자가 어떻게 길을 비켜줘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경적 여러번 울려야 마지못해 양보 도로교통법 29조는 긴급자동차가 접근할 경우 일반 운전자는 도로 가장자리로 피해 차량을 일시 정지시키거나 진로를 양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이 같은 방법으로 길을 터주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사이렌을 울려도 승용차와 트럭, 버스는 길을 터주지 않는다. 사이렌과 함께 “좌우로 비켜주세요”라고 안내방송을 수십 번 해야 차량들이 느릿느릿 길을 터준다. 이 틈을 노려 구급차 앞뒤로 끼어드는 운전자는 무슨 생각일까. 이들은 위급 상황을 ‘내 일 아니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들에게 민주와 질서, 시민정신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다. 시민들은 소방차 등의 긴급출동에 협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과태료 부과에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어떻게 비켜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소방방재청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계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로를 방해하는 경우 등 ‘제3자가 봐도 고의적으로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경우’만 단속할 방침이라고 한다. 차량 체증이 심하거나 신호 대기로 꼼짝할 수 없는 경우는 단속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막혀도 피해줄 공간은 있다. 과태료 부과에 앞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전습관을 개선하는 등 긴급차량 출동에 대한 협조의식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공익광고를 통해 이런 내용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홍보도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긴급차량 출동을 방해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마다 법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양보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긴급차량이나 구급차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정지해 있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과금이 부여된다. 러시아는 벌금 2500루블(약 9만 원)이나 2∼6개월간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다. 캐나다도 벌금으로 490달러(약 54만 원)를 매긴다. 이와 함께 긴급차량을 150m 내에서 뒤따르는 ‘얌체 차량’ 운전자에게도 1000∼2000달러(111만∼22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일본은 불법주차 과태료를 무겁게 매겨 만성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상습 정체지역에는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불법주차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시민 모두가 알아야 할 운전요령 긴급차량 접근 시에 도로 상황별 안전운전 요령을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교차로 또는 그 부근에서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한다. ②일방통행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한다. 다만, 긴급자동차의 통행에 지장이 우려될 경우는 좌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할 수 있다. ③편도 1차로 도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 운전 또는 일시 정지한다. ④편도 2차로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1차로로 진행하고 일반 차량은 2차로로 양보 운전하도록 한다. ⑤편도 3차로 이상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2차로로 진행하며 일반 차량은 1차로 및 3차로로 양보 운전한다. 이를 위해 교통경찰관의 현장 근무수칙도 개선하고 실행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참여해 이를 ‘규제’가 아닌 새로운 ‘생활규범’으로 확립해야 할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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