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곽상수]‘팔방미인’ 고구마

2007.06.04 09:49
세계 7대 작물인 고구마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다. 1763년 10월 일본에 통신정사로 갔던 조엄 선생이 쓰시마 섬에서 구황작물로 도입한 이래 우리와 애환을 같이했다. 식량이 부족할 때는 보조 식량으로 이용되다가 쌀 자급으로 식량이 충분해지면서 간식거리와 채소로 역할이 바뀌었다. 고구마의 영양성분과 효능은 참으로 다양하고 탁월하다. 지하부에 해당하는 덩이뿌리에는 에너지 공급원인 탄수화물을 비롯해 단백질, 식이섬유, 칼륨, 인, 철 등이 골고루 들어 있다. 잎과 잎자루, 어린 줄기는 영양가가 풍부해 채소로서 이용 가치가 높다. 가축의 사료로, 주정(酒精)과 색소를 생산하는 공업용으로도 이용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고구마는 맛은 달고 독이 없으며 허기져서 무기력할 때 힘을 돋워 주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 주며 신장을 강하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고구마는 항암 기능이 있는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 C와 비타민 E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호박고구마’로 불리는 노란색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이, 자색 고구마에는 안토시아닌이 특별히 많이 들어 있다. 이들은 노화와 각종 질병의 원인인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이다. 고구마에 많이 함유된 양질의 식물성 섬유는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되고 혈중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여성의 뼈엉성증(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프로게스테론도 함유하고 있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재배하는 데에도 장점이 매우 많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비료와 농약을 적게 요구하고 비바람과 홍수 때도 비교적 피해를 적게 본다. 이런 특징은 친환경 참살이(웰빙) 작물로서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고구마는 팔방미인의 역할을 한다. 작물과학원 목포 시험장에서 새로운 고구마를 개발하면 품종의 이름(율미, 자미, 황미, 신황미 등)에 미(美)자를 붙이는 이유도 고구마의 이런 특성을 반영해서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바이오에탄올의 원료 작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바이오에탄올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도요타 바이오’를 설립해 고구마를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말린 고구마의 약 70%가 전분이므로 염가로 대량 재배하면 에탄올 등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첨단 유전체 정보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분자육종으로 기능성을 대폭 높이거나 재배지역 확대가 가능한 신품종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전통 육종기술로는 한계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국내 연구팀은 사막 지역, 추운 지역, 공해 지역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 전분생합성을 조절해 에탄올 생산에 적합한 고구마, 가축 백신 등 유용성분을 생산하는 고구마를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에탄올과 의약품을 한꺼번에 경제적으로 생산하는 신세대 고구마 개발이 기대된다. 유전자조작 식물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인체 위해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온대지역에서 유전자조작 고구마를 재배하면 환경 위해성을 최소화할 수 있고, 바이오에탄올 등 산업 소재를 생산할 때에는 인체 위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고구마는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 환경 식량 보건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신세대 팔방미인 산업용 작물’이다. 산업용 고구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생명공학 핵심 기술, 장기 저장기술 등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와 연구자의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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