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쇼크… 시간여행 현실화될 조건은

2011.09.26 00:00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세계 물리학계가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인터넷과 트위터는 한동안 중성미자 얘기로 들끓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강궁원 책임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24일자 A2면 참조 A2면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관측 ● 시간여행 하려면… 1985년 개봉한 미국 영화 ‘백 투 더 퓨처’부터 ‘터미네이터’ 시리즈까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단골 소재로 쓰이는 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SF의 영원한 고전 ‘스타트렉’에서는 우주함선 엔터프라이즈호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초(超)광속 여행’을 하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이런 일들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법은 두 가지다. 빛보다 빠른 물질을 찾아내 시간이 과거로 흐르는 게 허용되는 시공간(時空間·Space time·시간과 공간을 합친 개념)을 만들거나 ‘웜홀(Worm hole·벌레구멍)’을 이용하는 것이다. 빛보다 빠른 물질은 ‘타키온(tachyon)’이라고 불린다. ‘빠르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타쿠스’에서 나왔다. 과학자들은 1900년대 초부터 가상의 입자 타키온을 발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입자인 중성미자는 타키온의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1985년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 앨런 코도스 박사가 처음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발견으로 과학자들은 중성미자가 진짜 타키온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타키온을 이용하면 어떻게 과거로 이동할 수 있을까. 강 연구원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물체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빛의 속도보다 빨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보통의 물체는 아무리 가속해도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타키온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시간이 미래로만 흐른다는 특수상대성이론과 달리 시간이 과거로 흐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시공간이 생긴다”며 “이런 시공간에서는 물체가 미래는 물론 과거로도 이동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웜홀은 일종의 ‘지름길’에 해당한다. 가령 지구에서 250만 광년(光年)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까지 여행한다고 하자. 인간이 만든 비행체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태양 탐사위성인 ‘헬리오스2’다. 속도는 초속 70km.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만 4년 반, 안드로메다은하까지는 90억 년이 걸린다. 만일 지구와 안드로메다은하를 연결하는 웜홀이 있다면 수년 만에 갈 수 있다. 90억 년이 걸리는 거리를 단 수년 안에 이동했으니 마치 ‘초광속 여행’처럼 보인다. 스티븐 호킹 같은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웜홀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발견된 적은 없다. ● 과학계 오류 검증에 주력 전 세계 과학계는 이번 결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실험 조건에 문제가 있었거나 계산에 착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 서리대 물리학과 짐 알 칼릴리 교수는 “이번 발표가 정확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생방송에서 내 사각팬티를 먹겠다”며 희화화하기도 했다. 이번 실험 결과를 발표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연구진도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연구진의 수석연구원인 안토니오 에레디타토 박사는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이번 결과는 ‘미칠(crazy) 노릇’이기에 다른 연구자들에게 같은 실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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