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홀로서기 지원하는 박사후연구원 정책 필요하다”

2011.07.18 00:00
“박사후연구원을 위한 지원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면 젊은 박사들이 굳이 미국행을 택했을까요?” 지난달 30일 미국 보스턴생명과학센터에는 재미 한인 생명과학자 30여 명이 모였다. ‘뉴잉글랜드 지역 한인 생명과학협회(NEBS)’가 주관하는 월례세미나가 열리는 자리였다. NEBS는 하버드대, 예일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펜실베이니아대 등 이 지역 연구기관에서 활동하는 한인 생명과학자 단체다. 회원은 500여 명으로 대부분 30대 박사후연구원으로 구성돼 있다. NEBS 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원 박사(36)는 이날 기자와 만나 몇 가지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정부가 참고할 만한 생명공학(BT) 정책을 제시했다. 고려대에서 2007년 박사학위를 받은 박 회장은 현재 하버드대 의대에서 비만과 당뇨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메디신’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연이어 논문을 발표하면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美 NIH의 박사후연구원 대상 연구개발(R&D) 정책 참고해야” “한국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사장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교수로 임용된 뒤에도 재정 부족과 경험 미숙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일을 최대한 줄이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개발(R&D) 정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박 회장은 박사후연구원을 대상으로 하는 ‘NIH Pathway to Independence Award(K99/R00)’ 같은 제도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박사후연구원이 지도교수(PI)를 통하지 않고 직접 신청한다는 게 특징이다. 연구자는 그동안의 연구 실적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 연구결과가 타 분야에 미칠 영향 등을 작성해 NIH에 신청한다. 심사가 통과되면 두 단계에 걸친 연구지원이 이뤄진다. 첫 단계에서는 PI의 지도 하에 2년간 연구비를 지원 받는다. 이 기간 동안 연구예산을 합리적으로 집행하는 방법, 자신만의 실험실을 갖출 준비 등 하나의 독립된 연구자로 홀로 서는 구체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만일 이 기간 내에 교수로 임용되면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 최대 3년간 지원받는다. 박 회장은 “교수 임용 뒤 자신만의 실험실을 꾸릴 때 처음 몇 해는 시스템을 갖추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며 “이 시기를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게 재정 부담을 덜어줘 연구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재미(在美) 생명과학자 위한 정부 지원 필요해” 박 회장은 해외 생명과학자의 국내 복귀를 장려하고, 귀국 시 단기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부나 관련 산하기관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 학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 생명과학 석학 중 NEBS 출신이 다수 있습니다.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신희섭 KIST 뇌과학연구소장은 젊은 시절 이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어요. NEBS 회원 중에는 한국에 정착하려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한국 BT 발전에 기여할 유망주로 여기고 지원 정책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박사후연구원으로 해외에 나가려는 사람이나 해외에서 활동 중인 자국 출신 연구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연구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생활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월 급여 형태의 지원도 있다. 박 회장은 “동료 일본인 학자가 설명하길 자국 출신 학자가 외국에서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라며 “해외 저명한 학자와의 공동연구 기회를 넓히고, 자국 학자가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면 그것도 곧 국위선양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취지의 지원제도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일부 국가도 운영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들 나라처럼 학자 개인에 대한 연구지원이나 펠로십(장려금) 제도가 현실적으로 무리라면, 한인 단체에 대한 운영 지원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NEBS는 몇몇 기업과 대학의 후원을 받으며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이런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NEBS처럼 젊은 연구자로 구성된 한인 단체가 미국에는 지역별로 여러 곳 있습니다. 많은 한인 학자들이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복귀를 위한 정보를 얻고 학술 교류를 하고 있어요. 한국 BT 발전에도 도움이 될 NEBS 같은 단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덜고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박상원 회장의 ‘이것만은 꼭!’ △독립된 연구자로 홀로 서기 위한 박사후연구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 한인 과학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박상원 회장은 - 1996년~2000년 고려대 생명과학부 학사 - 2000년~2002년 고려대 생명공학원 석사 - 2002년~2007년 고려대 생명공학원 박사 - 2008년~현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 - 2010년~현재 미국 NEBS 28대 회장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대한민국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됩니다. ※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하며 허가없이 타 사이트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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