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끊긴 섬, 멸종위기 철새의 낙원이 되다

2011.05.27 00:00
[동아일보] ■ 언론 공개된 한강 밤섬 한강 한가운데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새들이 정겹게 재잘거렸다. 사람 키보다 훌쩍 커버린 갈대를 헤치고 한참을 나아갔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갯벌을 걷다 보니 마치 열대지방의 정글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26일 영화 ‘김씨 표류기’의 촬영 무대로 화제가 됐던 한강 밤섬을 찾았다. 이날 서울시는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밤섬을 언론에 공개했다. ○ 43년 전 폭파됐지만 지금은 철새 천국 ‘밤섬’이란 이름은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에서 바라본 모습이 밤알을 닮았다는 데서 비롯됐다. 1968년 1차 한강 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밤섬에는 62가구 443명의 주민이 살았다. 이들은 고기잡이를 하거나 뽕나무, 약초, 땅콩을 재배하고 염소를 키웠다. 당시 정부는 한강 물을 잘 흐르게 하고 여의도 제방에 쌓을 석재를 얻기 위해 밤섬을 폭파했다. 이후 10여 개의 작은 섬 형태로 남게 됐다. 시간이 흐르며 매년 상류에서 내려오는 흙이 쌓여 현재 윗밤섬, 아랫밤섬 형태를 갖추게 됐다. 상류쪽 윗밤섬은 행정구역상 영등포구 여의도동으로 분류된다. 하류에 있는 아랫밤섬은 마포구 당인동이다. 현재 밤섬은 27만3503m²(약 8만2879평)로 용산역에 새로 조성된 아이파크몰 연면적과 맞먹는다. 또 상류에서 흘러온 흙이 계속 쌓이고 있어 매년 평균 4200m²(약 1272평)씩 넓어지고 있다. 밤섬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도심 철새도래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5월이면 개개비와 해오라기 등 새들의 짝짓기 장소로 장관을 이룬다. 실제 이날 찾은 밤섬 곳곳에는 새가 품어놓은 알이 높은 갈대밭 사이로 보였다. 2007년 28종에서 지난해 33종의 조류가 발견되는 등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던 밤섬의 생태환경은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와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 보호가치가 높은 철새도 밤섬을 찾고 있다. ○ 한강 생태계의 보고, 밤섬 밤섬은 1999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 그 덕분에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거듭났다. 서울시는 밤섬의 생태보호를 위해 매년 조류산란기(4∼6월)와 겨울 철새 도래기(12∼2월)마다 정기적으로 정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6∼9월에는 환삼덩굴이나 가시박이 등 밤섬 생태를 위협하는 식물을 제거하는 작업도 한다. 1t급 소형 어선에 몸을 싣고 밤섬 백사장에서 한강 가운데 있는 물고기 산란장으로 나아갔다. 가로 50m, 세로 45m 넓이에 인공수초를 조성해 놓은 이곳에는 누치나 잉어 등 한강에 사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와서 알을 낳고 간다. 밤섬 주변에서는 지난해 39종의 어류가 관찰됐다. 이날 어종조사를 위해 쳐놓은 그물을 들어올리자 팔뚝보다 더 굵고 큰 붕어와 잉어, 메기, 참게, 장어가 눈에 들어 왔다. 운이 좋으면 1.5m 크기의 초어를 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밤섬을 보기 위해선 서강대교 상류 방향 인도교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선 윗밤섬 주변 물길과 밤섬에 사는 새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하류 방향 인도교에서는 아랫밤섬에서 자라고 있는 버드나무와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포대교 남단에는 ‘해넘이 전망대’도 있어 밤섬 경관을 살필 수 있다. 류경기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개발 시대 파괴됐던 한강 밤섬은 이제 동식물의 낙원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석 동아일보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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