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硏·서울대, 80년 난제 ‘라만 신호’ 실용화 돌파구 열었다

2011.05.30 00:00
한국화학연구원 나노바이오융합연구센터 서영덕 박사팀과 서울대 화학과 남좌민 교수팀이 생명과학 및 의학 분야 진단기술에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살아있는 세포 하나하나를 최대 20가지 색으로 구별하면서 나노미터(10억분의 1m) 규모로 실시간 초정밀 분석이 가능해진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는 ‘라만 신호’를 둘러싼 학계의 오래된 이슈와 논란에 또 하나의 종지부를 찍는 성과로 평가 받는다. 라만 신호는 어떤 물질에 쏜 빛이 물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본래의 빛 에너지가 달라질 때 나오는 신호다. 인도 출신 과학자 찬드라세카라 라만이 이 효과를 발견해 193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지만, 그 후 80년 가까이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신호 크기가 너무 약해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고 반복적으로 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만 신호는 물질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몸속 생체분자 같은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을 정확히 분석하고 검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실용화되면 생명과학 거의 전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성과가 된다. 이에 과학계는 미약한 라만 신호를 증폭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고 1970년대 이후 관련 연구결과가 몇 차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증폭된 라만 신호 검출이 반복 가능한지에 대해 최근까지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과정에서 서울대와 화학연 공동연구진이 학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분자 하나 수준에서 약 100만~1조배 증폭된 라만 신호 검출이 실험실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했다. 이어 누구나 같은 조건 하에서, 증폭된 라만 신호를 정량적(定量的)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증명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5월 30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것이 이번 연구결과다. 서영덕 화학연 나노바이오융합연구센터장과 남좌민 서울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약물 효과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신약후보물질을 찾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체내 이미징이나 체외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 활용한다면 불순물을 빠르게 분석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이 기사 어떠셨어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