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구 지원 ‘그랜트’ 형식해야 발전”

2011.05.10 00:00
“우리나라는 생명 공학의 기초연구개발에 대한 평가가 정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게 됩니다. 정성적인 평가를 통해 과학자들이 장기적이고 국제적인 성과를 위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망 있는 학자를 길러낼 수 있습니다.” 6일 이영식 한양대 분자생명과학부 교수를 경기도 안산 한양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달 12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생명복지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돼, 이 분야 컨트롤 타워 수장 역할을 하게 됐다. 이 교수는 미국국립보건원(NIH),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을 거쳐 폭넓은 실무경험을 갖고 있는 생명공학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국내 생명공학분야의 발전을 위해 기초연구개발에 대한 성과 위주의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마치 공사 발주하듯 계약에 의해 정량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일정 기간 내에 반드시 성과물을 내야 하는 시스템이다”이라고 비판하며 “미국과 같은 생명과학 선진국은 과학자에게 ‘그랜트’형식으로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랜트 형식의 지원 방식은 기초연구개발에 대한 계획이 우수할 경우 결과에 관계없이 연구비를 투자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큰 성과물도 쪼개서 내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기초개발에 관한 지원은 그랜트 시스템으로 가야 명망있는 과학자가 배출되고 이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생명공학의 기초연구가 산업화로 이어져야 1992년 우리나라는 2000년대 과학기술정책 세계 7위 달성을 목표로 ‘G7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정보산업, 생명공학, 신소재 등 첨단기술 분야 7가지를 선정해 집중 지원했다. 이로부터 3년 뒤인 1995년부터 생명공학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물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2000년도 까지 영향력이 높은 잡지에 실린 연구가 10~15편 내외였는데 2000년 이후 급속도로 늘어났다”면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는 생명공학의 기초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분야의 연구가 실생활에 활용되고 경제성을 살릴 수 있는 산업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실험실에서 검증된 훌륭한 연구성과들이 산업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우리나라 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이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의 특징을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나라는 관련 산업의 규모가 작아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에요.”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정부는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가 산업화에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발 단계를 잘 기획하고 높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민간 투자가 IT, 전자 분야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데 생명공학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키우고 기업들의 규모가 커질 수 있도록 정부가 이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대안을 묻자 이 교수는 미국이 바이오 벤처 회사를 지원하는 원칙을 예로 들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바이오 벤처 회사가 ‘플랫폼 테크놀로지(기반기술)’를 갖도록 지원합니다. 기반기술을 갖고 있으면 회사가 어려워져도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다른 회사가 투자를 계속하게 되지요. 우리나라의 바이오 벤처 투자 정책도 방향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또 “유도만능줄기세포(iPS·Induced Plenipotent Stem cell)의 초기 제작기술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가 분화될 확률은 1000분의1도 안되지만 만일 정부가 이를 10%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산업화로 가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장기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로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장기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와 부처간 협력 필요 이 교수는 2005~2007년 ‘차세대 성장동력 바이오신약단장’을 역임했다. 당시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네 부처가 이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네 부처가 모여 역할분담과 협력 체계를 논의했었는데 현재는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같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면서 “부처간 선택과 집중의 투자 및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도 정부 부처가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때 그런 상황이 종종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이 교수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농촌진흥청 등이 바이오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여러 부처가 투자하더라도 협력과 역할분담을 분명히 해서 중복적인 투자를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관련 부처간 대화와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가 제도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 기업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 약을 만들고 투자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을 승인 받기 위해서는 우리 돈으로 5000억원~1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중 연구개발에 관련된 비용은 10%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식 교수의 ‘이것만은 꼭!’ △과학자들이 성과 위주의 기초개발 연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실험실 연구가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연구를 지원하는 정부 부처간의 협력과 대화,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영식 교수는 - 1973년~1977년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 - 1977년~1979년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석사 - 1979년~1983년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박사 - 1983년~1990년 미국 피츠버그대 생물물리학 박사 - 1984년~1986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 연구과정 - 1986년~현재 한양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교수 - 1993년~1995년 한양대학교 이과대학 학과장 - 2001년~2003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 2004년~2005년 한양대학교 과학기술대학 학장 - 2005년~2007년 차세대성장동력 바이오신약단장기사업단 사업단장 - 2006년~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국제화추진위원회 위원장 - 2011년~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회 위원 겸 생명복지전문위원회 위원장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 이 기획기사 시리즈는 대한민국 생명공학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자료로 활용됩니다. ※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하며 허가없이 타 사이트에 게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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