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서쪽에, 백년후에도 부끄럽지 않을 ‘寶庫’를 짓자

2011.04.28 00:00
[동아일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와 관련한 선진국의 성공사례를 되새기면서 그 역사적 배경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조성하려는 과학벨트는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체계를 도입해 세계 최초로 그 연구역량의 절반(25개 연구단)은 ‘과학도시’ 한곳에 집중 배치하자는 것이다. 과학이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던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집중 배치할 기회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에 힘입어 선진국에 진입하게 되면서 지도에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그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지도에 어떤 그림을 그려야만 할까? 과학도시는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그 파급효과는 주변 산업체로도 크게 미칠 것이다. 과학도시의 규모는 영국 케임브리지의 3분의 1 수준의 도시로 발전이 예상된다. 케임브리지는 과학의 거성 뉴튼과 다윈을 배출한 기초과학의 중심이다. 기초과학이 강한 케임브리지대학으로부터 파생 연관된 첨단산업을 육성시켜 산-학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도시로 우리의 과학도시는 바로 ‘축소판 케임브리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도시의 성공 조건은 우수한 학자들을 모셔 오고 그들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순리로 생각된다. 우리의 목표는 이제까지 등한시했던 기초과학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 기초과학→응용연구→개발(산업화)연구가 다시 기초연구로 투자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5공화국 때 교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KAIST의 대덕 이전은 서울에만 국한됐던 기초연구의 축을 확산시킨 획기적 계기가 됐다. 이제는 과학도시의 광주권 배치로 대덕에 머물렀던 기초연구의 축을 우리 국토 중 반도 전체로 확산할 단계이다. 과학벨트법이 정한 입지 조건은 (1)연구 산업기반 집적도 (2)우수한 정주환경 조성 (3)국내외 접근 용이성 (4)부지확보의 용이성 (5)지반 안정성 및 재해 안정성 등 이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으려면 (1)은 큰 조건이 되지 못한다. 또한 최근 만나본 외국인들은 대부분 미국의 한개 주(州)에 불과한 한국에서 (3)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는 ‘다른 업무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공기 맑고 시설 좋은 환경’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에서 40분∼1시간 거리라면 많은 연구원들이 출퇴근하거나 비슷한 방법을 택할 것이고, 이는 결국 서울을 더 비대하게 만들 것이다. 과학도시는 (서울에서 1∼2시간 이상 떨어져 있게 함으로써) 연구원뿐 만 아니라 교수도 24시간 연구할 수 있는 위치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년대계는 ‘대통령 공약’이라는 말로 주장할 수도 없고, 현 집권층 출신지역의 힘으로 밀어 붙여서도 안 될 일이다. 아들 손자들이 “조상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자랑할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정된 소수의 뜻에 따른 잘못된 결정 또는 ‘승자독식’ 논리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듣게 될 것이다. 반면 옳고 알찬 그림을 그린다면 현 정부의 결정은 백년대계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분명하다. 지도를 놓고 어디에 기초과학의 중심지를 만드는 것이 좋은지 고민해 본다. 한 도시 안에서는 편서풍 지역이면 일반적으로 동쪽에 굴뚝산업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도상 기초중심 기초연구는 서쪽에 배치하는 것이 따라서 타당하다. 런던이 이런 식으로 설계됐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새 부대를 우리 지도에 놓으려면, 백년 후 자손들이 보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서쪽에 기초중심 기초연구단지를 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 균형발전까지 고려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더불어 잘사는 사회, 즉 국가 균형발전은 과학벨트보다 더 몸에 와 닿는 정책으로 다가설 것이다. 김진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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