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알게되서 위험해진 스마트폰

2011.04.25 00:00
마이크 앱 통해 우리가 녹음한 말을 듣고… 카메라 앱 통해 우리가 촬영한 곳을 보고 캘린더 앱 통해 우리가 세운 계획을 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의 저장공간은 고작 수 MB(메가바이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 GB(기가바이트) 수준이다. 너무 많이 저장되는 게 문제다.” 과학수사용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파라벤’의 앰버 슈로더 대표는 22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지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저장공간이 크게 늘어난 덕에 스마트폰에는 통화기록이나 위치정보 외에 사용자의 크고 작은 일상이 차곡차곡 담긴다. 이런 정보가 해킹되거나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민감한 정보를 악용하려는 세력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부작용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 너무 알아 걱정 2005년 발매된 모토로라 ‘레이저(RAZR)’의 내부 저장장치 용량은 10MB에 그쳤지만 최근 판매되는 애플의 아이폰4는 내부 저장장치 용량이 16GB에서 많게는 32GB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같은 일부 스마트폰은 외부 저장장치를 추가하면 저장공간이 48GB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최근 나오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문자메시지나 통화기록을 거의 무제한 저장한다. 이는 단순한 문자로 저장돼 저장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최근 논란을 빚은 아이폰의 위치추적 기능도 마찬가지다. 10개월 동안의 이동궤적을 파악할 수 있는 엄청난 정보였지만 이를 담은 ‘consolidated.db’ 파일의 크기는 많아야 수십 MB 수준에 그쳤다. 스마트폰 메모리에는 이 외에 e메일과 일정, 연락처, 사용자가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녹음한 음성 등이 저장돼 있다. 자주 입력하는 문자와 단어도 들어 있다. 스마트폰에 수집된 뒤 바로 삭제되는 정보는 더 많다. 최근 스마트폰은 대부분 조도센서, 블루투스, 가속센서 등을 달고 있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 들으며, 무엇을 입력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 디지털 과학수사 또는 감시사회 스마트폰에 쌓이는 이런 데이터는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과학수사 기법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경찰이 스마트폰만 분석하면 피의자의 과거 행적은 물론이고 관심사와 일정까지 쉽게 조회할 수 있다. 스마트폰 내부의 정보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사용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거나 법원 영장을 받게 돼 있지만 지나친 사생활 노출의 우려가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을 만드는 기업과 소비자의 인식 차이다.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스마트폰에서도 사용자 위치정보를 저장했던 것으로 드러나자 구글은 “사용자가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해야만 이를 수집하는 ‘옵트인(opt-in)’ 형식을 택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구글이 사용자의 이동궤적을 일부나마 안드로이드폰에 저장하고 있었으며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이를 외부 해커가 알아채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소비자는 찾기 힘들다. ○ 스마트폰 바깥에 저장되는 정보들 아이폰의 이동궤적 저장에 따라 스마트폰 내부에 저장되는 정보가 최근 문제가 됐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외부로 보내는 정보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사용자가 구글의 모바일 검색을 통해 찾아보는 검색어는 ‘검색기록’으로 저장돼 구글의 서버에 남는다. 주변의 가볼 만한 장소를 알려주는 앱(응용프로그램)인 ‘포스퀘어’를 사용하면 최근 이동한 흔적도 나온다. 물론 사용자는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했지만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있었다는 위치정보가 공개된다는 사실은 아이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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