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과 폭력성은 비례? 반비례?

2001.08.23 16:05
히말라야의 고요한 나라 네팔 왕궁에서 왕세자의 총기 난사로 국왕 부부 등 왕족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왕세자는 영국 명문학교인 이튼 출신으로 알려졌다. 20세기 초 과학자들은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인 가난, 매춘, 알코올 중독 따위가 정신박약으로부터 비롯되며 정신박약은 유전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살인율이 급등한 1930년대 미국에서는 우생학 운동이 기승을 부렸다. 우생학은 환경보다는 유전이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결정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열등인간의 제거를 당연시했다. 가령 시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범죄인은 단종돼야 하고 정신박약자에 대해서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인간이 공격적 성향을 타고 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생물학적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요컨대 유전과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인간행동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격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자존심이 낮다는 게 오랫동안 상식이었다. 따라서 학교에서 교사들은 문제 학생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방법이 폭력적 언행을 자제시키고 학업 성적을 끌어올리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들 역시 말썽꾸러기 자식들을 심하게 꾸짖으면 심리적 상처로 불량배가 될지 모른다는 고정관념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나무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처럼 낮은 자존심이 폭력을 유발한다는 이론은 학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낮은 자존심 이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위험 부담이 많은 폭력적 행동을 하기는커녕 만사에 미적지근하게 대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이른바 `위협받는 자부심 이론'을 제안한 것이다. 바우마이스터가 분석하기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호전적이다. 살인자나 강간범은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욕을 당하면 일을 저지른다. 거리의 깡패나 골목대장들은 다른 사람보다 잘 났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자존심을 건드리면 폭력을 휘두른다. 이 이론이 물론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모두 공격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네팔 왕세자는 자존심이 손상당해 순간적으로 부모를 살해한 것은 아닐까? ■ 참고자료 - 로이 바우마이스터 지음 <악-인간의 폭력과 잔인성> - 미국 법무성의 범죄통계 및 폭력예방 정보 사이트 (www.ojp.usdoj.gov/b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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