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연구 국내 최고 권위 카톨릭대 성모병원 김동욱 교수

2001.08.20 10:29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교수(41)는 스승이 자신을 껴안았던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스승인 김춘추교수(57)는 절에서 동자승으로 있다가 환속해 국내 최고의 의사가 된 특이한 인물. 백혈병 환자에 대한 사랑 등을 표현한 시를 모아 4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스승은 1983년 국내 처음으로 골수 이식에 성공한 뒤 환자가 찾아 오면 꼭 껴안고 “이제 당신은 살았다”고 외치곤 했다. 김동욱 교수는 87년 4월 전공의 시절 결혼을 1주일 앞두고 스승에게 결혼 사실을 알렸다. 당시 예비 장모께서 “둘이 사귄지 8년이 됐는데 연애만 할꺼냐”며 서둘러 결혼 날짜를 잡은 것. 그는 골수 이식을 받은 환자를 1주일이나 못보게 돼 스승에게 혼날 줄 알았다. 그러나 스승은 뜻밖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를 껴안았다.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그는 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 멤버’로 스카웃된 뒤 스승에게 알리면서 미리 상의하지 않은 것 때문에 정말 혼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스승은 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포옹했다. 학문의 길을 간다면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다며…. 스승은 1년 만에 그에게 성모병원 복귀를 요청했다. 그는 말성였지만 일단 스승을 만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맥주집에서 만나기로 한 스승은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스승의 집에 전화해도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갑자기 문이 확 열리면서 스승이 나타났다. 스승은 맥주집에 있던 모든 손님이 놀랄 정도로 “동욱아∼”를 외치면서 그를 끌어 안았다. 스승은 99년 그가 ‘골수 이식의 메카’인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그 곳에 잔류할지를 고민할 때도 미국에 찾아왔다. 그는 이같은 스승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동안 더욱 환자 진료와 연구 등에 매진해왔는지 모른다. 그는 95년 10월 국내 최초로 ‘타인간’ 골수 이식에 성공했다. 이는 환자의 가족에게서 적당한 골수 이식자를 찾을 수 없을 때 가족 외 다른 사람의 골수를 기증받아 이식하는 것. 지금까지 국내에서 200여명이 타인 간 골수 이식을 받았는데 그는 이 중 70%를 시술했다. 그는 96년 ‘사람백혈구항원’(HLA) 6쌍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골수의 이식에도 성공했다. HLA는 백혈구 등에게 ‘아군’ 임을 알리는 일종의 견장과 같은 것으로 세포마다 붙어있으며 이전에는 공여자와 환자의 HLA 6쌍이 모두 일치해야 이식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현재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만성 골수구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국내 최고 연구가로 꼽힌다. 그는 올 4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국제 글리벡 연구 대표자 모임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글리벡을 투여받는 환자 100여명 중 절반 정도를 치료하고 있으며 글리벡의 효과를 끌어올릴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글리벡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만성 골수구 백혈병은 만성기→가속기→급성기로 진행되는데 이 약을 투여한 결과 가속기 환자의 88%, 급성기의 71%가 한 달 이내 혈액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이들 환자가 완치된 것은 아니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여전히 암 소견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약이 아예 안 듣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 글리벡을 투여하면서 내성이 생긴 것이 아니라 투여 전 유전자가 돌연변이한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글리벡의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돼 알려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글리벡은 최초로 암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치료제다. 미국에선 글리벡을 투여하면서 항암제, 인터페론 주사 요법 등을 병행하는 치료법에 대해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 많은 의학자들이 글리벡의 단점을 보완하는 약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글리벡은 골수 이식 성공률을 높이는데에도 응용될 수 있다.” -골수 이식이 만성 골수구 백혈병의 유일한 완치법인가? “그렇다. 그러나 골수 이식 기증자가 적어 환자의 절반이 기증자를 찾다가 숨지는 형편이다. 대만은 23만명, 일본은 15만명이 골수 기증 희망자로 등록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5만명 밖에 없다. 더구나 어렵게 등록자를 찾아가더라도 실제로는 골수 기증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대만은 거부율이 15%, 일본은 30∼40%인데 우리나라는 60%나 된다. 골수 기증이 조금만 더 활발해져도 수많은 환자가 살 수 있다.” ◇어떻게 뽑았나 가톨릭대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 교수가 혈액 질환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동아일보사가 전국 16개 의대에서 백혈병 재생불량빈혈 등 혈액 질환이 전공인 내과와 소아과 교수 62명에게 이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소아과에서는 서울대병원의 신희영 교수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가톨릭의대 골수이식팀의 위력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 팀은 1983년 국내 최초로 골수 이식에 성공했고 현재 국내 골수 이식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 팀에는 표에 소개된 4명 외에 민창기(성모병원 내과), 이종욱 교수(의정부성모병원 내과) 등 ‘젊은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다. 한편 서울대병원 방영주, 허대석 교수를 추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두 교수의 경우 비록 혈액종양내과 소속이지만 백혈병 등 혈액 질환보다는 위암 폐암 등 다른 장기의 암을 주로 치료하기 때문에 이번 집계에서 제외했다. 내과 전문의들은 두 교수 중 한 명이 ‘항암치료’ 분야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병원별로는 성모병원이 선두였고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남대병원이 엇비슷한 점수로 2위그룹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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