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조류독감과 결합한다면?

2011.03.04 00:00
《‘전염병, 식량 부족, 기후변화.’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이 세 가지를 꼽는다.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안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등 전염병은 한 번 찾아올 때마다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모두 ‘변종 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일 ‘제2의 흑사병’이라 불렸던 신종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가 변종 바이러스로 나타나면 피해는 2009년 대유행 당시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인류 위협하는 ‘제2의 흑사병’ 변종 우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신종플루가 국내에서 자주 발병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결합해 ‘변종’이 되는 경우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사람과 돼지는 모두 AI와 신종플루에 감염된다”며 “AI를 앓는 돼지나 사람이 신종플루에 걸리면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섞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농업대 수의학과 류진화 교수 연구진은 “신종플루와 저병원성 AI의 유전자를 섞어 만든 127개 변종 바이러스 가운데 8개는 신종플루보다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를 이달 4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바이러스는 8개 모두 신종플루에서 온 ‘PA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신종플루보다 증식 속도가 빨라 6일 만에 1000개 안팎으로 늘었고 감염된 쥐는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죽었다. 류 교수는 “PA 유전자는 바이러스가 몸 안에서 빠르게 증식하도록 돕는다”며 “증식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 몸은 더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 신종플루-고병원성 AI 만나면 스페인 독감 수준 피해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AI(H5N1)와 신종플루가 섞일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병원성 AI는 사람에게 감염될 확률은 낮으나 치사율이 60%에 달한다. 이에 비해 신종플루는 치사율은 낮지만 감염률이 높다. 두 바이러스가 섞이면 치사율도 높고 빠르게 감염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변종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 피해는 스페인 독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멀티플레이어 백신’ 개발 박차 전염병이 창궐하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 전염되는 속도는 빠르지만 백신은 신속하게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은 충남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와 함께 여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잡는 ‘범용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백신은 바이러스마다 차이가 나는 단백질에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한 바이러스에 맞도록 백신을 만들어야 했다. 연구단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M2 단백질’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마다 차이가 없는 것에 착안해 2009년부터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부하령 연구단장은 “변종 바이러스 등 여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백신을 10년 안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이 청국장에 있는 바실러스균과 키토산을 이용해 개발한 ‘면역증강제’는 백신의 효과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증강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체가 많이 생기도록 도와준다. 백신에 면역증강제를 섞어 사용하면 적은 양의 백신으로도 같은 수의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부 단장은 “면역증강제와 함께 사용한 백신은 양을 10분의 1만큼만 써도 효과가 같았다”며 “1명에게 쓸 백신을 10명에게 나눠 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물질은 돼지 등을 대상으로 실험 중이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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