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용진]제4이통, 통신비 거품 빼는 계기로

2011.02.18 00:00
[동아일보]

생활비 중 5.8% 이상이 통신비라고 한다. 높은 통신비 부담의 원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유달리 높은 통신서비스 요금에도 있고, 통신 과소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 정서에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제4이동통신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요금도 낮추고 와이브로 성장도 촉진하기 위해서다. 물론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데이터통신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령 컴퓨터에 휴대전화만 끼우면 언제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 고비용 마케팅 제어장치 필요 제4이통사 설립은 이제 당위적인 사안이 된 만큼 남은 것은 효율적인 사업 추진이다. 그래서 사업 추진 관련 주요 현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통신사의 지나친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기존 3사의 지나친 마케팅 지출은 신규 기업에 큰 부담이고, 계속된다면 신규 기업도 기존 3사의 행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기 보조와 유통업자 장려금 지급 등 마케팅 활동에 막대한 지출을 하면 가격을 기대만큼 낮추기 어렵고, 그런 지출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기존 3사와 행보를 맞출 수도 있다. 그러면 3자 간의 행보가 4자 간의 행보로 바뀔 뿐이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 지출은 소비자를 자극하여 통신 과소비를 한층 촉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계의 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결국 3자가 나누던 파이가 4자가 나누는 파이로 변하게 된다. 그에 따라 줄어드는 각자의 몫을 키우기 위해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 파이를 키우는 데 4자가 보조를 맞추어 나갈 수도 있다. 다음으로 통신산업의 전속 대리점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전속 대리점은 양판점이나 그 밖의 독립운영 유통점에 비해 통신사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 3, 4개의 통신사가 사업하는 상태에서 이런 비효율적인 면은 소비자에게 쉽게 전가될 수 있다. 또 전속 대리점은 특정 통신사의 서비스만 취급하므로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쇼핑에 여러 제약을 가한다. 이는 곧 유무형의 소비자 비용으로 이어진다. 제4이통사도 이런 전속대리점 체제에 묶인다면 기존 통신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오히려 신규 진입자로서 더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이는 제4이통사의 진입을 통한 정상적 경쟁 촉진이나 가격 인하에 부정적일 수 있다. 끝으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제도를 언급해야 한다. MVNO란 기존 통신사의 통신망을 제공받아 나름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주체이다. 이 제도 덕택에 제4이통사도 설립 초기에 통신망 구축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기존 통신사와 경쟁할 발판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통신망을 제공하는 독과점적 통신사와 이를 제공받는 MVNO 간에 여러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MVNO 제도는 기존 통신3사에 휘두를 수 있는 칼을 하나 더 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 독과점 깨뜨릴 시장변혁 유도해야 정부도 이를 고려해 MVNO 제도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한시적인 대책을 내놓았지만, 차제에 통신산업의 수직적 거래 흐름에 공정성을 촉진할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정비해야 한다. 독과점 폐해를 막으려면 경쟁하는 제조업자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자를 견제할 유통업자와 소비자를 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나의 기업이 더 생긴다고 기대만큼 경쟁 촉진이나 가격 인하 효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 기업의 신규 참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제조업자-유통업자-소비자로 이어지는 통신산업의 생태계를 단 한 부분이라도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면 기업 한 개가 아닌 열 개의 신규 진입에 상응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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